만난 지 4개월 된 남친이 있는데요. 남친이 저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지 않습니다. 처음엔 ‘언젠가 올리겠지’ 했는데 4개월이 되도록 올리지를 않네요. 별게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어 참으려고 했는데,무슨 나쁜 이유가 있나 싶고요. 말을 꺼내려니 제가 유치해지는 것 같아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역시 대학생들의 고민은 연애가 태반이네요. 부럽습니다. 아아, 이것이 젊음인가요.

 

우선 남자친구가 바람둥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바람둥이들은 대개 SNS를 하지 않거든요. 페이스북도 하고 인스타그램도 하는 걸 보면 SNS 활동이 왕성한 편입니다. 트위터에 텀블러에 빙글까지 한다면 중독일 가능성이 있지만,그 정도는 아닌 것 같네요.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SNS를 활발하게 하는 이들은 다른 자아를 갖고 있습니다. 현실 자아와는 다른, SNS 자아 말이지요. 이들의 특징은 SNS 매체 특성에 맞게 언어와 이미지를 현실과 다르게 제시합니다. 예컨대, 현실 세계에서는 과묵하거나 눌변일지라도 트위터에서는 150자 이내의 금언을 곧잘 쓰거나, 현실에서는 유행을 좇지 않는 단벌 신사지만 인스타그램에는 감각적인 구도의 사진을 곧잘 올립니다.

 

즉,온라인 세계에 구축한 자기만의 언어 세계와 이미지 세계가 따로 있는 것이죠.이런 것들을 통틀어 전 ‘SNS 자아’라 합니다. 아직 4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니, 남자친구가 언젠가 질문자님의 사진을 올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질문자님의 사진이나 질문자님의 이야기를 올리지 않는다면, 아마 남자친구가 유지하는 SNS 자아가 현실 자아와 다르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이상하게 여기지 마세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향을 보이니까요. 현실에서는 험한 말도 곧잘 하는 사람이 유독 SNS에는 감상적인 소설 문장을 인용한다거나, 현실에서는 정치 얘기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SNS에선 정치적인 주장을 강하게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대답은 간단합니다. 남자친구의 SNS 세계를 존중해주십시오. 질문자님은 남자친구와 현실 세계에서 연애를 하는 것이지, 사이버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자친구는 자신만의 온라인 세계를 구축하고 싶어 합니다. 그게 문학이든, 정치든, 음악이든, 식도락이든, 여행이든, 자신이 바라는 지향점이 있을 겁니다.

 

거기에 질문자님의 사진이나 이야기가 빠졌다고 해서, 질문자님이 여자친구가 아니란 것은 아닙니다. 단지 SNS의 활용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을 뿐입니다.연애를 한다고 해서 이성친구가 내 소유가 될 수는 없으며,이성친구의 페이스북 또한 내 소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걸 인정하면 편해집니다.

 

단, 하나만 염두에 두세요. 현실에서도 질문자님을 소개하지 않고, 소홀히 대하거나,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마저 숨긴다면, 이별을 준비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이별 후에 다른 사람을 쉽게 만나려고 준비하는 것일 수 있으니, 뜨거운 대화를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징후가 전혀 없다면, SNS 정도는 남자친구가 숨통을 틀 수 있는 공간으로 인정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아름다운 사랑 가꾸어 가시길.

 

추신: 그나저나, 질문자님은 남자친구 사진 올리셨나요?

 

 

<지난 고민 상담>

 

Q. 과 선배와 CC, 괜찮을까요?

Q. 여자친구가 제 앞에서 박나래와 안영미 춤을 따라 춥니다.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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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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