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너무 커요. 흑흑. 이건 아빠를 닮아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제가 여자치고 작은 키는 아니긴 해요. 170은 넘거든요. 하지만 머리가 커서 7등신도 안 돼요. 흑흑. 주변에 웬만한 남자들을 봐도 다 저보다 얼굴이 작은 것 같아요. 머리도 크고 얼굴도 크고… 진짜 너무 스트레스 받는 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어쩌죠?

 

 

실은, 전에도 이런 메일을 받아봤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답해야할지 몰라서 다른 사연을 채택했습니다. 저번에도 밝힌 적이 있는데, 피하고 싶었던 세 가지 고민이 바로 ‘진로’, ‘외모’, ‘가난’이었습니다. 다루기 어렵고, 제 말이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거든요.

 

하지만, 생각을 바꿨습니다. 애초부터, 저한테 질문을 보내는 학생이라면, 그다지 ‘도움’ 같은 건 기대하지 않을지 모른다. ‘에이. 별 다른 말 하겠어’ 하는 심정으로 보내는 이들이 대부분일지 모른다. 나 역시 편하게 답해보자, 하고 말이죠. 그럼 편하게 답할게요.

 

자, 우선 미시적으로 접근해보죠. 키가 170cm가 넘는데, 7등신이 안 된다고 하셨죠. 머리 길이가 24cm가 넘는다는 말이네요. 24cm의 길이가 어느 정도인가 하여, 한국인의 평균 얼굴 길이를 찾아보았습니다. 여자는 22.6cm, 남자는 23.5cm가 평균이네요. 질문자님의 느낌처럼 웬만한 남자보다 머리가 크다고 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차이를 보십시오. 불과 1cm 정도입니다. 이렇게 추정하는 이유는 질문자님께서 ‘7등신이 안 된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6등신이 안 될 경우, 머리 길이가 28cm를 넘는데, 그렇게까지 표현 안 하신 걸 보고 질문자님은 24cm보다 약간 긴 머리의 소유자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혹시, 제 글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쓴다는 느낌을 받으셨나요? 만약 그렇게 느끼셨다면, 질문자님의 고민에도 어느 정도는 세부적인 면이 있는 겁니다. 여자 평균과는 불과 1.5cm 정도, 남자와는 1cm 미만의 얼굴차이입니다. (물론, 너비가 중요할 수 있겠죠. 여성의 머리 평균 너비는 14.7cm라고 하네요. 하지만, 이 역시 평균값과 양극단 10%와의 차이는 1cm라고 합니다).

 

불과 1~2cm의 차이를 두고, 우리 사회는 머리가 크다, 작다, 라고 환호하기도 낙담하기도 합니다. 우주의 넓이는 무한대이며, 영혼의 두께는 우주보다 넓을 수 있는데, 이 얼마나 옹색한 견해입니까.

 

얼굴이 크다고 말씀하셔서 드리는 말씀인데, 저 역시 큽니다. 남자들 사이에서도 큽니다(물론, 이 칼럼 속 캐리커처만큼 크진 않습니다. 허허). 하지만, 씩씩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살이 찌면 얼굴이 더 커 보이니, 운동을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 생각하고 달리기도 합니다. 걷기도 합니다. 저는 오히려, 더 건강해질 수 있는 조건을 타고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해당하진 않지만, 얼굴이 커도 매력적인 사람은 많습니다. 국민배우 ‘하정우’의 얼굴이 얼마나 크신지 아십니까. 천만요정 ‘오달수’는 어떻고요. 국민 외야수 ‘이진영’은요. 게다가, 만인의 연인 ‘고현정’까지. 자, 이쯤 되면 머리가 커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야 큰일을 할 수 있을 것처럼 여겨집니다. 관상학에서는 머리가 큰 사람이 생각도 깊고 커서, 지도자 자질을 갖추고 있어 성공할 타입이라 하더군요.

 

그럼, 이제 거시적으로 보죠. 이 고민은 근원적으로는 콤플렉스를 다루는 법에 관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콤플렉스는 있습니다. 콤플렉스가 없는 존재가 인간이 아닐 정도죠. 그러면, 반대로 이렇게 생각하면 어떻습니까. 콤플렉스는 인간의 존재 조건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부족한 점을 반드시 타고난다. 내 부족한 점이 나로 하여금 겸손을 배우게 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때문에, ‘고충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그렇기에 우리는 혼자서 아파한 시간만큼 타인의 아픔도 어루만질 수 있다. 내 불만을 비워내면 그만큼 무언가를 받아낼 여유가 생긴다. 이렇게 말이에요.

 

가장 하고팠던 말 할게요. 많이 웃으세요. 얼굴이 크면 웃는 모습이 더 크게 보일 거잖아요. 웃음은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본인에게 힘을 줄 뿐 아니라, 마주보고 있는 사람도 따라 웃게 합니다. 누군가 크게 웃으면 영문도 모르고 따라 웃잖아요. 웃는 얼굴은 다 예쁜데, 큰 얼굴이 웃으면 두 배로 예쁠 겁니다. 히히. 자, 스마일.

 

 

<지난 고민 상담>

Q. 자존감이 낮아서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을 못해요.
Q. 남친SNS에 제 사진이 없어요.

 


 

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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