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꼭 치열하게 살아야 하나요?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욕심이 많아요.

 

음악도 배우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공부도 잘하고 싶고요. 그래서 매번 올해는 또는 내일은 더 치열하게 살아야해! 라며 다짐합니다. 하지만 성격이 여유롭고 느긋해서 치열하게 살아본 경험이 없습니다. 동시에 느긋하게 사는 게 행복인데…

 

뭐가 나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사회는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다들 치열하게 살라고 조언하고요. 저도 살아남기 위해 이런 성격과 습관을 버리고 치열하게 살아가야 할까요? 아니면 느긋하고 여유롭게 살아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서른네 살까지 백수 생활을 했다. 백수 리듬을 타게 되면 사람이 참 부드러워지고 유연해진다. 성취욕이 없으니까 특별히 급할 것도 화낼 것도 없다. 일생에서 직업적으로 제일 길게 한 것이 백수다. 백수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뒷마무리가 정해지는 것 같다. 이건 나중에 돈으로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는 주옥같은 시간이니까.”

 

누구의 말일까요. 바로 <달콤한 인생>의 김지운 감독이 한 말입니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 『숏컷』에 이렇게 썼습니다. “감독이란 직업도 영화를 안 찍을 때는 도로 백수일 수 있어서 선택한 것 같다.” 그만큼, ‘잉여의 시간’을 중요히 여긴 겁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W&JAS로 유명한 음악가 배영준씨도 오랜 시간 백수로 지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역시 영화가 좋아 그저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습니다. (갑자기 제 얘기를 꺼내서 죄송하지만), 저 역시 꽤 오랜 시간 동안 백수로 지냈습니다.

 

다시 김지운 감독의 말로 돌아가보죠. “나는 시나리오를 빨리 쓰는 편이다. 이렇게 시나리오를 빨리 쓸 수 있는 건 아마도 다년간 쌓아온 ‘백수 공력’이 아닌가 싶다. 백수 때 많이 보고, 잘 놀고, 10년간 받아들이기만 하고, 한 번도 쏟지 않았던 것이 무진장한 창작 욕구가 되었고, 지금 영화감독이 되어 한 번에 마구 쏟아져 나오는 거란 생각이 든다. 이런 백수기가 나에겐 감독이 될 수 있는 정신적인 자양분이었던 것이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생에서 느긋하게 지내는 시간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질문자님은 앞으로 남은 평생을 노동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때로는 조바심 내며 느긋하게 지낸 시간들이 결국, 그 긴 노동의 시간을 버텨낼 자양분이 될 겁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느긋하게 지낼 필요는 없습니다. 바쁜 걸 좋아하면, 바쁘게 지내면 됩니다. 다만, 바쁘게 지내는 걸 괴로워하며, 느긋하게 지내는 것까지 괴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생에는 리듬이라는 게 있습니다. 도약을 할 때가 있고, 도약을 위해 움츠릴 때가 있습니다. 달리기 전에 몸을 추스르고, 에너지를 비축해두는 시기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몸을 움츠린 동안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합니다. 관심사에 시간을 쏟고, 하고픈 공부를 하고, 독서를 하고, 음악을 듣고, 친구와 대화를 하며 정서적 교류를 나누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를 너무 중요하게 여긴 나머지, 우리 사회에는 무조건 치열하게 해야만 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바쁘게 살아야 했는지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급기야, 바쁜 시간 자체를 ‘덕’으로 여기고, 무위(無爲)의 시간을 ‘독’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바쁘게만 지내는 겁니다. 전 세계 인구가 70억이라면, 70억의 인생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 인구가 5천만이니, 5천만의 인생이 있어야겠죠.

 

하지만, 우리에게는 명문고, 명문대, 대기업의 ‘모범 항로’가 기다리고 있고, 그 후에는 ‘돈 잘 벌어오는 가장’, ‘고급 식당에서 맘껏 외식하는 가장’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질문자님께는 자신만의 색깔로 칠할 수 있는 인생이 있습니다. 그럴 권리도 있습니다. 저와 이 글을 읽는 대학내일의 독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기만의 속도로 인생길을 걸으시기 바랍니다.

 

추신: 단, 훗날 망쳤다 해서 제 탓은 하지 마시길. 호호호.

 

<지난 고민 상담>

Q. 웬만한 남자들보다 머리가 너무 커요

Q. 자존감이 낮아서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을 못 해요

 


 

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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