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로 2년간 사귀었던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후배랑 바람나서 1년 전에 헤어졌어요.

학교에서 새 여친이랑 팔짱 끼고 다니는 그를 마주치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가 저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것도 힘들었고요. 헤어지고 한 번 만났는데, 그때 그냥 ‘잘 지내라’고만 한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 후 저도 새 남자친구를 사귀었지만, 마음이 정리 안돼서인지 헤어지고 말았어요. 그러다 시간이 흘러 그 사람한테 다시 연락이 왔어요.

 

사과하고 싶다 해서 만났는데, 너무 미안하다면서 울기까지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또 다시 만나자고 하기에 저는 그럴 수 없다고 했어요.

 

결국 친구로 지내기로 합의했는데, 그러자 남자가 갑자기 너무 편안하게 돌변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 순간 남은 정까지 다 떨어져버렸어요.

 

제가 과연 잘한 것일까요. 그는 또 연락을 하거나, 아니면 학교에서 마주칠 텐데 어찌해야 할까요?

 

세상에는 세 부류의 남자가 있죠. ‘남친’과 ‘남사친’과 바로 ‘구 남친’. ‘구 남친’을 어찌 정의해야 할까요. ‘한때는 나의 남자였으나 이제는 내 남자가 아닌 사람’ 혹은 ‘다시 내 남자가 될 수도 있지만(결혼을 안 했다면), 막상 다시 만나자니 꺼려지는 남자’ 정도가 되겠네요.

 

이건 남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과거에 연인이었기에, 마음먹으면 다시 연인이 될 수 있다.’ 이게 바로 구 남친의 기대심리입니다(구 여친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렇기에 술을 마시면 전화를 하고, 그 유명한 ‘자니?’도 새벽 3시에 정기적으로 보내는 겁니다. 살까지 섞은 사이라면, 오랜만에 만나 술을 마시다 “간만에 손이나 좀 잡아볼까” 이런 애교 수준의 대사를 나누다, 정신 차려보면 둘이서 같이 아침 햇살을 맞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과거 연인은 잃어버린 시간들을 어서 회복하고 싶기에, 처음 연애할 때 공들였던 과정을 다 생략하고 바로 육체적 관계를 맺는 거죠. 가장 강력한 남녀 간의 재회로 서로의 몸이 자기 것임을 확인하고, 그 몸 안에 깃든 감정을 확인하고,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거죠.

 

하지만 빨리 회복된 관계는 빨리 깨지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연인들이 재회해 한두 번의 에피소드를 겪은 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죠.

 

헤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싸우는 것도 지겹고, 싸울 노력을 하는 것도 지치니까, 이 과정을 생략해 바로 헤어져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이별하면 막상 외롭고 생각나니까, 또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자니?’ 문자를 보냅니다. “그때는 내가 어렸다. 너한테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흔한 대사입니다.

 

그러며 술 한잔하자고 하는 거죠. 그렇게 다시 하나가 되고, 안 맞으면 금세 헤어지고…. 이 과정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됩니다.

 

술을 마시면 다음이 빤하니, 나중에는 술 대신 차를 마시고 밥을 먹기도 하지만, 출발만 다를 뿐 종착지는 같습니다. 이렇게 재회한 연인들은 ‘단기간 연인’과 ‘단기간 타인’의 관계를 반복합니다.

 

사실, 많은 구 연인들이 이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중에는 ‘잘되면 좋고, 아니면 말지’라는 심정으로 연락을 하는 이도 있습니다.

 

물론, 헤어진 연인에게 다시 연락하는 사람의 심정은 처참합니다. 문자 전송 버튼을 누르는 순간, 부끄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와 다음 날 아침 발가벗겨진 심정으로 지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이 부족한 이들이 있습니다.

 

제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질문자님의 구 남친에게서는 그런 면이 조금 보입니다. 물론, 남자친구가 재회를 제안했을 때 거절당해서, 구겨진 자존심을 다시 세우려고 갑자기 편한 척 하는 걸 수 있습니다. 남자들은 대개 그런 동물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성숙한 남자라면 ‘센 척하지 않고, 자신의 상처를 솔직히 말하고 부끄러운 채로 망가지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구 남친은 이미 신뢰를 한 번 깼잖아요.

 

그렇기에 질문자님께 말씀드립니다. 잘하셨어요. 다시 만나지 마세요. 연락엔 답하지 말고, 마주치면 인사만 하세요. 그래서 완전히 타인이 되면, 그때부턴 기본적인 예의만 지키세요. 그게 질문자님의 인격을 유지하며,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사람은 때론, 냉정해질 필요도 있어요.

 

추신: 그런데, 이 남자가 인생의 남자는 아니죠? 그럼, 제 말 취소.

 

<지난 고민 상담>

Q. 욕심이 많으면 느긋하게 못 살까요?

Q. 웬만한 남자들보다 머리가 너무 커요.

 


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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