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되어 드디어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그 애도 저를 좋아해요.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그건 바로 제가 좋아하는 사람의 친구가 저를 좋아한다는 거예요. 실은 그 친구를 통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알게 됐거든요.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는 와중에, 좋아하게 된 사람에게도 연락이 왔어요. 연락을 주고받으며 점점 공감대가 쌓이고, 유쾌한 기분이 들어 결국 저는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죠.
그런데 그가 어느 날부터 연락도 안 되고 제 카톡도 귀찮아하기에 걱정이 됐어요. 알고 보니, 그 사람의 친구가 저를 많이 좋아해서 자기가 마음을 접기로 했다는 거예요. 어느 날은 술을 진탕 마시고 제게 “네가 내 여자 친구였으면 좋겠어. 근데, 왜 우리 사이에… 휴” 하며 하소연하더라고요. 저는 그 사람을 아주 많이 좋아해요.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고등학생 때 전국을 강타한 초유의 히트곡이 있었죠. 1절 가사는 이러합니다. “그대여 이렇게 바람이 서글피 부는 날에는/ 그대여 이렇게 무화과는 익어가는 날에도/ 너랑 나랑 둘이서 무화과 그늘에 숨어 앉아/ 지난날을 생각하며 이야기하고 싶구나.” 이제 후렴입니다. “몰래 사랑했던 그 여자(코러스: 그 여자)/ 또 몰래 사랑했던 그 남자(코러스: 그 남자)/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그 누굴 사랑하고 있을까.” 이 노래를 유치원생부터 칠순 노인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거리에서 부르고 다녔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몰래 한 사랑이 맛있기 때문이죠.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고, 사랑 중에 제일은 몰래한 사랑’ 아니겠습니까. 로미오와 줄리엣이 왜 그리 뜨겁게 사랑했는지 아시나요? 그건 바로 몬터규 가와 캐풀렛 가, 즉 양 가문이 철천지원수이기 때문에 비밀 연애를 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이토록, 장애는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그를 장애 때문에 더욱 사랑하는 건 아닌지요.
답을 얻기 어렵죠? 죄송합니다. 아마 못 얻을 거예요.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1+2 = 3’이라는 간단한 말 외에는 그 어떤 이성적인 말도 죄다 시어(詩語)로 들리고, 자신이 겪고 있는 사랑의 고통을 정당화하고 미화시키는 말로 들릴 뿐이잖아요. 그러니 어쩔 수 없어요. 답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둘이 사랑한다면 만날 거고, 둘이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둘 사이에 있는 친구를 핑계로 만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 한 명 만나는 게 어찌나 어려운 일인지요. 외모가 마음에 들면 성격이 마음에 안 들고, 외모와 성격이 마음에 들면 취향이 너무 다르고, 이 셋마저 마음에 들면 먼 곳에 살고, 다 맞으면 이미 결혼을 했고……. 서로 동시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에요. 정현종 시인은 ‘방문객’이라는 시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에 대해 이렇게 썼어요.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 시들해지면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마음이 입과 발길을 움직인다면 그에게 가세요. 만나보고 ‘이게 진짜 사랑이다’ 싶으면, 그 친구에게도 솔직하게 고백하세요. 사랑에는 항상 대가가 따릅니다. 친구도 마음 아프겠지만 이해해 줄 거예요.
만약 이해 못 한다면 어쩔 수 없어요. 친구 한 명을 잃고 사랑을 얻는 거예요. 그리고 남자가 친구에게 고백하지 않는다해서 원망하지는 마세요. 때로 어떤 사람은 도덕적 죄책감을 느끼면 도저히 사랑을 시작할 수 없기도 하니까요. 그럼 그와는 그저 인연이 아닐 뿐이에요. 그럼, 러브 앤 피스.
추신: 소개한 곡은 김지애의 ‘몰래 한 사랑’입니다. 술 먹고 노래방에서 불러보세요.
<지난 고민 상담>
Q. 구 남친을 밀어냈는데 잘한 걸까요?
Q. 욕심이 많으면 느긋하게 못 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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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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