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못 치면 배우면 되고 하다못해 글씨를 못 쓰면 캘리그래피라도 연습할 텐데 말은 도저히 어떻게 해야 늘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말 잘하는 사람과 같이 다니면 언어 능력이 느는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은 절 재미없어해서 그 관계가 얼마 못 가요. 어떻게 하죠?

 

이건 제 자랑은 아니니, 오해 말고 들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예전에는 어디를 가나 “거 참 말 하나는 잘하는군.” 소리를 곧잘 들었습니다(물론, 이 배경에는 제가 ‘말만 잘했다’는 슬픈 사실이 있지만 말이죠).

 

그러다, 저는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생각나는 바를 말로 했지만, 그걸 말 대신 글로 풀어쓰니 소설 쓰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습니다(물론, 이런 말을 하면 ‘또 문학을 우습게 보는 거냐?’며 성토할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전 원래 이런 녀석이니 ‘그러려니’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소설을 쓰고 난 후부터,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말을 잘 못 하게 된 것입니다. 제 안에서 언어를 관장하는 기관이 척출당하고 기억해냈던 단어들이 증발해버린 것처럼, 말수도 줄고 눌변이 돼버렸습니다.

 

하여,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말이죠.

 

첫째는, 당연한 말이지만 하고자 하려는 말을 입술 대신 글로써 다 풀어내니 ‘말을 하고 싶은 의지’가 사라진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열정이 최고의 스승입니다. 말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니 저는 자연히 ‘어버버버버’하는 눌변이 돼버렸습니다.

 

둘째, 혹시나 내 말로 싸움이 촉발되지 않을까, 혹시 내 말로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겼습니다.

 

그 때문에 문장을 잇다가도, 머릿속에서 ‘아, 이 단어를 쓰면 싫어할 거야’라는 예감이 번뜩 들어, 말을 멈추고 상대의 마음을 다치지 않을 단어를 찾다보면 “작가님. 생각보다 말씀 참 못 하시네요!”라는 반응이 돌아오곤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말을 들어도 “그게 다 너 생각해서, 어!, 내가, 어!, 좋은 말만 골라서 하려다, 어!, 뭐, 이딴 사람이 다 있어, 어!”라는 말은 못 하고, “네. 어쩌다 보니…”라고 얼버무려, 결국 “것 봐. 역시 말 못 한다니까”라는 핀잔을 또 듣곤 했습니다.

 

셋째. 이게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열정은 줄고, 걱정이 늘어 핀잔만 듣다 보니, 결국 자신감이 사라졌습니다.

 

제 책을 재미있게 읽은 몇몇 TV PD와 라디오 PD가 저를 무척 재미있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섭외를 해놓고 보니, 또 스튜디오에서 ‘음… 청취자가 상처받지 않을 단어가 뭐더라’라는 표정으로 느릿느릿 말하고,

 

‘음…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많으니, 실수하면 더 많은 사람이 상처받을 테니까’라는 표정으로 멈칫멈칫 말하니, 결국 ‘핵노잼 작가’라는 불명예까지 얻었습니다. 자신감이 땅을 친 요즘은 묵언 수행을 하며 지냅니다.

 

그러니, 말을 잘하고 싶으면 이때껏 제가 거쳐 왔던 퇴보의 과정을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시기 바랍니다.

 

첫출발은 자신감입니다. 그다음은 주저하지 않기. 그러다 보니, 말을 잘하던 시절에는 본의 아니게 사람들에게 종종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잘 사과했습니다.

 

생각을 머릿속에서 혼자서 발전시키는 건 글 쓰는 사람에게나 좋은 겁니다. 말을 하는 사람은 떠오르는 생각을 즉각적으로 ‘용기 있게’ 꺼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즉각 사과할 줄 알아야 하죠. 그리고 말하는 걸 피곤하게 여기지 않아야 합니다. 말을 하는 건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거든요. 스스로 지치지 않아야죠.

 

끝으로,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말은 ‘마음의 거울’이에요. 그러니, 평소에 아름다운 마음과 훌륭한 생각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여러 이슈와 현상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두는 것, 이게 기초입니다. 대부분의 웅변가는 이미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담겨 있으니까요. 그럼, 전 이만 또 글 쓰러 갑니다. 입을 닫고요.

 

 

<지난 고민 상담>
Q.여행을 싫어하면 이상한가요?

Q.다들 저에게 촌스럽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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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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