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탁을 거절 못 하는 성격입니다.

 

도움에 응한 후 ‘고맙다’, ‘친절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굉장히 좋습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오지랖 넓다’, ‘미련하다’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타인의 힘을 덜어주려고 한 행동인데 이런 말을 들으면 참 속상합니다. 그 때문에 종종 제가 너무 오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친절한 것과 오지랖 넓은 것의 차이를 알아서 정말 후회 없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친절하시다니, 우선 급한 제 부탁부터. 헉헉. 제 소설 <풍의 역사>와 <능력자>와 <쿨한 여자>를 읽고, 아름다운 서평 좀…. 헤헤, 장난입니다. 본인 입으로 ‘친절하다’고 하면, 저 같은 파리 떼가 낄 수 있으니, 장점이지만 너무 광고하지는 마시길.

 

 

그나저나 도움을 줬는데, ‘오지랖 넓다’는 반응을 접하면 굉장히 속상하시겠습니다(설마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하진 않았겠지요. 그렇다면, 수고비를 청구하세요!). 자 그럼, 오늘의 핵심인 ‘친절한 행위’는 무엇이고, ‘오지랖이 넓은 행위’는 무엇일까요.

 

일단, 저는 타인이 내게 도움을 요청해서 그 도움에 응한 경우는 ‘친절한 행위’의 범주에 속한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나중에 마치 화장실 갈 때랑 나올 때 다르듯 “미련하군, 자네. 참” 라고 말하는 건 파렴치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제 친구는 이렇게 정의하더군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움을 주는 것’은 친절에 해당하고, ‘자신이 할 수 없는 일까지 무리해서 돕는 것’은 오지랖 넓은 것에 해당한고요. 이것 역시 일리 있는 견해라 생각합니다. 사전에선 이렇게 말해요. “오지랖 넓다: 1. 쓸 데 없이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면이 있다. 2. 염치없이 행동하는 면이 있다.”

 

자, 그렇다면 간단하죠. 내가 주는 도움이 과연 ‘쓸 데 있느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울러, 도움을 준다면서 타인의 사생활을 참견하며 사사건건 이래라저래라 사견을 늘어놓는 행위는 ‘오지랖 넓은 것’에 해당합니다. 아, 쓰고 나니까 복잡하네요. 이럴 까봐 제가 몇 가지 예를 떠올려봤습니다.

 

 

예컨대, 기숙사에서 옆 방 학생이 바퀴벌레를 좀 잡아달라고 하면, 조용히 들어가서 단도직입적으로 “어디죠?” 하고 물은 후, 깔끔하게 처리한 뒤 “그럼, 전 이만” 하고 물러나면 친절한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근데, 라면 먹고 가라는 말은 안 하시나요?”라고 묻거나, “위생 상태를 보니 쥐도 있을 것 같은데, 온 김에 쥐도 잡을까요?” 따위의 말을 늘어놓는 건 ‘오지랖 넓은 것’에 해당합니다.

 

 

제 경우에 독자들이 책을 잘 사주고, 잘 읽어주고, 개인적 비평까지 블로그에 올려주는 건 ‘상당한 친절’에 해당하지만, 좀 더 나아가 “이 작가는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작품을 써야 한다!” “이 작품을 이렇게 쓴 것은 온당치 않다!”는 식으로 제 작품 세계까지 바꾸려 하는 것은 ‘오지랖 넓은 것’에 해당합니다.

 

저는 대부분의 작업을 커피숍에서 하는데, 배고플 때 주인장이 ‘빵 두세 조각’ 정도를 쓱 건네주는 건 감사하지만, 다이어트 중일 때 ‘괜찮다’며 사양했는데도 굳이 제 음식까지 잔뜩 차려주는 건 ‘오지랖’에 해당합니다. 그러면 저는 또 어쩔 수 없이 밤에 혼자서 달리기를 해야 하거든요. 어렵지요.

 

핵심은 이겁니다. 상대가 원하는 선까지만, 도움을 줄 것. 상대가 원할 때까지만 함께 있어줄 것. 상대가 원하는 만큼만, 대화할 것. 더 어렵네요. ‘상대가 도대체 어디까지 원하는지 파악하는 게 어려우니까요.’ 맞습니다. 사실은 이게 핵심이에요. 그래서 친절은 ‘눈치가 필요한 것’이에요.

 

친절은 내가 주고 싶은 대로 베푸는 게 아니라, 상대가 받고 싶은 만큼만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내 기분이 아니라, 상대의 기분을 살피는 것. 사실, 이게 친절의 8할이에요. 그래서 친절은 깊은 배려가 필요한 겁니다.

 

 

추신: 이번 주는 저도 못하면서 말만 잔뜩 늘어놓았네요. 이런 게 오지랖 넓은 짓이지요.

 

 

<지난 고민 보기>

Q. 남친의 전여친이 신경쓰여요.
Q. 왜 가족에겐 더 많이 화내게 되는 걸까요?

 


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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