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학한 16학번 신입생입니다. 새내기답게 싱그러운 분위기를 풍겨야 하지만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너무 진지하게 대해 버리기 일쑤거든요. 이런 성격 때문에 대인 관계도 넓지 못하고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못한 채 혼자 속을 끓이다가 놓친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에요. 이런 제 성격 어떡하면 좋죠?

 

 

구텐 탁(Guten Tag)! 진지하다고 하셔서, 독일어로 인사해봤습니다. ‘진지’ 하면 또 독일 아닙니까. 독일은 철학, 문학은 물론, 음악까지도 진중한 클래식으로 유명하죠. 오죽하면, 진지해서 알아듣기 힘들다는 ‘독일식 농담’이라는 장르까지 있겠습니까.

 

그래서 말인데, 제 생각에는 진지한 본인의 모습을 더욱 계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약간씩 농담을 하면 가볍다고 비난받고, 쉴새없이 농담을 하면 명랑하다고 좋아합니다. 마찬가집니다. 약간 진지하면 ‘진지충’이라 비난하지만, 배려심 있고, 사려 깊게 진지하면 ‘저 친구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 ‘사람이 가볍지 않다’, ‘진중하다’, ‘독일식이다!’ 하며 칭찬해줄지 모릅니다. ‘진지한 면’이 캐릭터가 되는 것이지요.

 

 

질문자님은 이제 스무 살입니다. 아직 자신의 진면모를 모를 수도 있습니다. 질문자님의 고민은 잘 가꾸기만 한다면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원유가 잔뜩 매장돼 있는 산유지 같은 존재가 바로 질문자님일 수 있는 거죠. 그러니 자신의 ‘진지한 모습’을 비관하지 마시고 더 깊이 계발하시길 바랍니다.

 

자, 그럼 사람에게 깊이가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다양한 사고를 해야 합니다. 다양한 사고는 직·간접 경험을 통한 깨달음에서 옵니다. 살면서 겪는 일들을 흘려보내지 마시고, 곰곰이 복기해 깨달음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학창 시절을 거의 매일을 복기하며 보냈습니다. 칼럼들을 보면 제가 가벼워 보여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 역시 ‘진지충’인지라 ‘매사에 교훈 얻는 걸 상당히 좋아합니다’.

 

학창시절, 혼자 골방에 턱을 괴고 앉아, 자주 골몰하곤 했습니다. 예컨대, ‘음. 오늘 화장실에서 바지 지퍼 올리는 걸 잊고 나온 행위의 철학적 교훈은 무엇일까’ 하고 말이죠(철학자처럼요). 하지만, 직접 경험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니 간접경험을 잘 활용해야합니다. ‘영화’, ‘뉴스’, ‘들은 이야기’ 등도 좋지만, 아무래도 ‘독서’가 제일입니다. 그럼, 어떤 책이 읽기 좋냐고요? 간단합니다. ‘당기는 책’이 최고입니다.

 

교양을 쌓고 싶을 때는 교양 서적, 인문학이 고플 때는 인문 서적, 재미있는 이야기가 당길 때는 소설(『능력자』라는 소설을 추천합니다. 물론, 제 책입니다), 비 오는 날 감성을 적시고 싶을 때는 시집! 결론인즉, 아무것이나 좋다는 겁니다.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땐 스테이크를 먹어도 별로이듯, 독서는 항상 ‘당기는 때’에 ‘당기는 책’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깊이를 추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입니다. 글을 쓰는 것은 자아의 상태를 종이에 활자로 옮기는 것입니다. 그럼 활자는 ‘마음의 거울’이 됩니다. 활자를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아’와 온전히 독대하는 시간을 통해 글쓴이는 성장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주변적 사고(思考)는 날아가고, 핵심만 남습니다.

 

이런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보내다 보면, 질문자님의 진지함에 ‘깊이’가 더해질겁니다. “오빤, 진지해서 좋아요!” 하며, 후배가 고백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안 오면 말고요. 쿨하게 사십시오). 그리고 ‘여유를 가지시길’. 모든 내면의 성숙 과정은 자신을 위한 것이지, 어떠한 보상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달라진 모습으로 인해, 가장 기뻐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요. 그럼, 건승하시길. 아우 피더젠(Auf Wiedersehen)!

 

 

 

<지난 고민 보기>
Q.친절한 것과 오지랖이 넓은 것의 차이가 뭘까요?

Q. 남친의 전여친이 신경쓰여요.

 


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gomin10000@naver.com


국립현대무용단 <청, 연>

11.23(토)-2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한국을 대표할 청년 무용수를 이끈 힘

안무가 권혁, 임선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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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무대인 야외 방탈출 어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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