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사귀었던 여자애가 있어요. 지금까지 그 아이처럼 진심을 다해 사랑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이별통보를 하고 연락 두절된 상태로 이사를 갔고, 그로 인해 저는 7년 넘게 사랑앓이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의 도움으로 1주일 전에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어색했지만 술을 마시다 보니 평범한 친구처럼 편히 얘기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러다 제가 “나 아직도 너 좋아해.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없을까?”라고 적극적으로 대시했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가 딱 한 마디 하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싣더군요. “연애를 굳이 해야 할 필요를 못 느끼겠어. 연애라는 것에 지쳤어”라고요.

 

이 친구에게 계속 대시하면 저를 부담스러워하고 또 밀어내진 않을까, 또 연락을 끊진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계속 진심을 보여줘도 될까요?

 

아, 듣기만 해도 마음이 아프네요. 가슴이 사막처럼 갈라지고, 키보드가 눈물로 침수될 지경입니다. 이런 상황에도 답변을 거짓말로 할 수 없는 제 입장이 한스럽네요. 갑자기 이별 통보를 하고, 연락이 두절됐다고 했지요. 그런 채로 7년 넘게 지내다가 이번에 재회를 했는데, 헤어지기 직전에 말했죠.

 

“연애를 굳이 할 필요를 못 느끼겠어. 연애에 지쳤어.”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전(前) 여친은 질문자님에게 호감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아요(어떡하죠. 주소라도 알려주신다면, 위로의 선물로 제 책이라도 보내드릴까요?).

 

그럼, 질문자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세를 한탄하며, 술독에 빠진 채로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담담하게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미래를 도모해야 할까요. 둘 다 가능하지만, 전자는 몸이 너무 축나니 길게 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현재 여자 분의 마음을 헤아려주셔야 합니다. 연애에 지쳤다는 것은, 앞서 너무 혹독하고 질긴 연애를 했기 때문일 겁니다. 지독한 사랑을 겪은 후 남은 생채기로 아직도 아프고, 미열이 남아 있는 거겠죠.

 

이런 비유는 좀 그렇지만, 연애도 심하게 하면 노동이 됩니다. 노동을 하면 사람에게 휴식이 필요하듯, 지독한 연애를 하면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여자 분은 이제 좀 쉬고 싶을 겁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그간 못 했던 자기계발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혼자만의 시간도 보내며, 나름의 치유와 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을 겁니다. 그러고 난 후, 다시 누군가를 만날 힘을 스스로 얻게 되는 겁니다.

 

저는 이런 사이클을 겪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저도 그랬고, 제 친구도 그랬고, 사실 거의 모두가 그렇습니다. 연애가 끝나자마자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연애의 화신들을 제외하곤 말이죠(연애가 안 끝났는데,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런데, 여기서 신경 써야 할 게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준 뒤 지켜보는 와중에, 갑자기 소식을 듣게 되죠. “나, 남자 친구 생겼어!” 그럼, 질문자님은 깊은 허무에 빠집니다. ‘아니, 연애에 지쳤다고 하더니….’ 그야말로,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글을 쓰다 보니, 저도 이런 경험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네요. 그러니, 이건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노력하면 사랑을 얻을 수 있다. 이 말은 거짓말입니다. 물론, 노력하지 않으면 사랑을 얻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노력한다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노력하면 생기는 근육이 아니까요.

 

그럼 어찌해야 할까요. 질문자님이 재회한 첫날에 적극적으로 대시했다고 했죠. 시간을 두세요. 서두르는 남자는 별로입니다. 너무 느려도 별로지만, 재회하자마자 “다시 사귀자!” 하는 건 가벼워 보이기도 합니다. 단, 그녀에게 서서히, 종종 연락하세요. 부담은 주지 말고요.

 

그리고 스스로 멋진 사람이 되려 하세요. 그러면 그녀가 연애할 기운이 생길 즈음, 외롭다고 느낀 어느날, 자신에게 마음을 표현한 사람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바로 질문자님이죠. 그 때, 만약 질문자님의 매력이 그녀에게 통한다면 다시 커플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갑자기 떠나고, 연락이 없고, 재회를 해도 미적지근한 걸 보면, 현재는 별 마음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할 때까지만 해보고, 안 되면 그러려니 해요. 이런 게 남녀관계예요.

 

소설 속 사랑, 저도 소설가이지만, 다 거짓말이에요. 소설과 영화에 속지 마세요. 흑흑

 

<지난 고민 보기>

Q. 진지해서 고민입니다.

Q. 친절한 것과 오지랖이 넓은 것의 차이가 뭘까요?


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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