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글쓴이’ 윤이나, 장경진, 황효진(이하 이나·경진·효진)과 ‘프로 디자이너’ 정명희(이하 명희)가 한 팀 ‘4인용 테이블’로 뭉쳤다. 인터뷰집 『일하는 여자들』로 시작해 10월 창간할 무크지 「여성생활」까지 4인용 테이블은 문화계 여성 직업인들이 헤쳐 나가야 할 현실을  또렷이 보여준다.

  

황효진 에디터 + 장경진 에디터 + 정명희 디자이너 + 윤이나 에디터

    

한분 씩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경진 「매거진 T」 부터 「아이즈」까지 12년간 콘텐츠를 기획하고 편집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2008년 「텐아시아」 때부터 공연 기사들을 쓰기 시작했고, 회사를 그만둔 현재는 콘텐츠 기획과 편집, 다양한 글을 쓰는 1년차 프리랜서 에디터입니다.

이나 11년 째 프리랜서 에디터이자 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미쓰윤의 알바일지』라는 책을 내고 「대학내일」과 만난 적이 있고, 최근에는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드라마를 썼고요. 꾸준히 영화와 페미니즘 이슈 칼럼도 쓰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것이 가능한가를 실험하고 있는 비혼 30대 여성 페미니스트입니다.

명희 11년간 책·음반·잡지 등 문화 쪽 디자인을 해오다가 「아이즈」에서부터 화보 디렉팅, 온라인 콘텐츠 디자인 등 분야를 넓혀 작업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올해 초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가 되었고 생계를 걱정하며 일을 찾아다니는 디자이너입니다.

효진 「텐아시아」·「아이즈」 등에서 8년간 취재 에디터로 일했습니다. 주로 아이돌 관련 기사를 써왔지만, 2015년 ‘옹달샘 사건’이 시작되고 어떻게 여성혐오가 산업 안에서 발동하는가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퇴사 후 외고와 개인 단행본 작업 등 이런 저런 일들로 생계를 꾸려가는 프리랜서 에디터입니다.

 

네 분이 여성의 생활을 이야기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팀 ‘4인용 테이블’을 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경진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시작한 거죠. 마침 같은 동네에서, 둘씩 하우스메이트로 함께 살아서 자주 만나게 됐어요. 이나씨 빼고는 다들 완전히 프리랜서로 사는 건 처음이라, 매일 모여 “이제 뭘 하지?” 그 얘기만 했어요. 이나씨가 “그냥 우리끼리 하면 되지”라고 툭 던진 말에서 시작된 거예요.

이나 효진씨가 ‘일하는 여성들’이라는 기획을 가지고 있는 상태여서, 그냥 해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희는 법인도 아니고 그냥 프로젝트예요. 실험에 가깝죠. 미래는 불투명했지만, 모두 시간이 많았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프로젝트라는 시도가 ‘디자이너’가 있어서 가능했다는 거예요.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이 되어 기획이 가시화되었고, 하반기에는 프로젝트 스케줄이 꽉 차 있습니다.

 

4인용 테이블의 목표는 ‘자아실현’에 가깝다고 봐야할까요?

모두 아뇨, 아뇨. 자아실현은 원하지 않습니다. 효진 불안했던 것 같아요. 아무 일도 없는 상태라 만든 거지, 회사를 그만두고 ‘진정한 나의 일을 찾겠어’는 아니었어요. 이나 저는 진정한 나의 일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고요.

 

 

네 분이 작업하는 방식이 궁금해요. 『일하는 여자들』에서는 정명희 디자이너도 직접 인터뷰를 하셨던데요.

효진 기본적으로 에디터와 디자이너의 역할이 나뉘어 있지만, 누구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볼 수 있어요. 회사가 아니니까요.

경진 그동안 인터뷰를 주로 하면서 관성적으로 놓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명희씨가 한 인터뷰를 보면서 저 스스로 생각을 다시 잡기도 했어요.

명희 4인용 테이블에서 디자이너는 저 혼자인데 작업한 걸 공유했을 때 다른 멤버들이 힘을 북돋워줘서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시너지가 생겨요.

이나 마감 머신들이라 일정을 어기진 않지만, 디자인은 후반 작업이라 일이 몰릴까 걱정돼요. 저희는 초반에, 명희씨는 나중에 소진되죠.(웃음)

명희 효진씨와 이나씨가 초반 기획과 아이디어 추진을 맡으면, 경진씨는 중재하고 관리하고, 저는 디자인 작업으로 마무리를 해요.

경진 다들 프로로 일하면서 쌓인 스킬이 있어서 4명만으로도 결과물이 정확히 나올 수 있는 조직이죠. 수익구조도 N분의 1입니다. 이나 섭외부터 출판까지 4명이 소화할 수 있어요. 가령 준비 중인 「여성생활」에서 문소리 배우 인터뷰를 했는데, 섭외 포인트를 가진 제가 제안서를 쓰면 명희씨가 PDF로 보기 좋게 만들어주고, 효진씨가 인터뷰하고, 경진씨가 프로듀싱을 맡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넷이 하기에 이상적인 규모의 일들을 해온 것 같아요.

 

 

『일하는 여자들』을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경진 인터뷰 이후에 있었던 일이 마음에 남아요. 육아 휴직 중인 친한 기자 분이 전화를 했어요. “페미니즘을 과격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도 페미니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요. 일하고 육아하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도 고민해달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전에는 저희에게 당사자성이 없어서 말하기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했거든요. 4인용 테이블이 기혼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장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공교롭게 「여성생활」 창간호에서는 인터뷰이 모두가 기혼자예요.

이나 전 윤가은 감독님 인터뷰. 당시 영화계뿐 아니라 전반적인 상황에 회의적이었거든요. <우리들>처럼 좋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실질적인 극장 수익이 거의 없더라고요. 감독님이 그럼에도 계속 해보겠다며 “영화는 정직한 작업이다. 흥행은 어떨지 몰라도, 결과물에 자신이 드러나는 걸 피할 수 없다”고 하시는데 문득 저도 더 해봐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문화 업계는 여초라 좀 낫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여성으로 일하는 게 녹록할 리 있나요.

이나 아직도 후회하는 인터뷰가 있어요. ‘여성 프리랜서로 살면서 차별 받은 점’을 물으시기에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일이 있거든요. 권력관계로 벌어지는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건 사실이지만, 좀 넓게 보면 많은 부분에서 프리랜서 여성 역시 배제되어 있어요. 이를테면 원고료를 동등하게 받는다고 그게 곧 일하는 조건이 동등한 건 아니거든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더 많은 지면이 남자에게 주어지고 발언권이 편중된 것 역시 차별이죠.

명희 디자인 업계에도 여성이 더 많죠. 업계 전반을 보면 여성 디자이너가 이렇게 많은데,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 중에 여성 개인이나 팀은 많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효진 잡지계도 여초인데, 왜 저널리스트, 평론 전문가들은 남자만 유명할까요? 이렇게 기획 잘하고 글 잘 쓰는 에디터들이 많은데. 남자의 글에만 권위와 정통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거죠.

 

이상하게 편집장은 대부분 남성이고, 남성은 가정을 꾸리니 ‘이 월급’으로는 힘들지 하죠.

이나 우리는 가정이 없나.(웃음)

명희 채용할 때도 남자가 지원하면 우선적인 관심을 주죠. 모두 맞아, 맞아.

 

텀블벅에서 절찬 판매 중인 무크지 「여성생활」 첫 호에서는 일에서 ‘생활’로 외연을 확장했어요.

이나 저희가 여성의 생활을 다루는 크리에이티브 팀인데 궁극적으로 일과 생활은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게 일이기 때문에 결국 가장 말하고 싶은 이슈는 ‘여성의 일’이에요. 요즘 『엄마는 페미니스트』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직업을 사랑할 필요가 없다. 일과 돈 벌기에서 오는 충족감과 자신감을 사랑하면 된다”는 구절이 나와요. 이전까지 여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죠. 생활인이라는 인정을 받지 못하니까요.

경진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분류되는 직종에 대해서는 더 가혹하죠. 명희 저는 이중에서 유일한 기혼자인데, 남편이 지방에 내려가 있어서 떨어져 지내고 있거든요. 근데 주변에서 “왜 남편 있는 곳으로 안 내려가냐”는 질문을 많이 해요. 저는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고 저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데 말이죠.

이나 심지어 기술이 있는데도요! 여성의 커리어나 경력은 끊어져도 상관없고, 고려 대상도 아닌 거죠.

 

이 모든 헬게이트 중 업계에서 가장 바꾸고 싶은 점은 뭘까요? 글값이나 그림값?

효진 정말 글값이 너무 싸죠. 세월이 흘러도 거의 오르지 않아요. 저와 이나씨는 원고료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세워두고 있어요. 나름 경력이 있는 저희가 너무 싼값에 글을 써버리면, 이 분야에 갓 진입한 사람들은 앞으로도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없을 테니까요.

이나 그리고 저희가 지금까지 지켜온 가장 큰 기준은 인터뷰 페이예요. 문소리 배우에게도 드렸죠. 어떤 사람의 시간과 생각, 즉 ‘남의 것’을 유료 콘텐츠를 만드는 데 쓰고 싶다면 적절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거죠. 저희 역시 페이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까지 무리하게 하지는 않을 거고요.

명희 페이를 적게 주면 일도 적게 시켜야 하는데 그게 아니에요.(웃음)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정도 페이를 준 만큼 시켜야죠.

경진 사람을 썼으면 합당한 인건비를 줘야죠.

 

 

그럼에도 프로답게 글을 쓰고, 디자인을 해요. 일하는 이유, 버틸 수 있는 무기도 궁금해요.

경진 문화 쪽 일을 하는 게 좋아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대출금을 갚아야 해서 하는 게 크고요. 무기는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하려는 마음과 자기 객관화예요.

이나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오면서 가장 큰 무기는 마감을 지키는 거예요. 또 다른 무기는 인터뷰·칼럼·방송 대본까지 다방면의 글을 접하고 써왔다는 거고요. 그런 면에서는 멀티 플레이어인 셈이죠. 글을 계속 써나가는 이유는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면서 현재의 제가 돈을 벌기에 가장 효율적인 일이기 때문이에요. 글은 계속 쓰겠지만 다른 일을 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려 있는 편입니다.

명희 모두 다 그렇지만, 맡은 일은 책임감 있게 끝낸다는 것이 무기고요. 잡지·화보·단행본·온라인 콘텐츠 등 다양한 매체의 디자인 작업이 가능합니다.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물론 생계 때문이죠.(웃음)

효진 처음에는 자아실현을 위해 매체에 입사하고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글 쓰는 기술이 생겨서 그걸로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요. 하지만 막상 회사를 나와 보니, 저는 콘텐츠 기획이 더 잘 맞는 사람인 것 같아요. 앞으로 일의 분야나 범위를 확장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여전히 글을 쓰거나 디자인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미래를 준비하는 20대 여성들에게 해주고픈 말씀 있으세요?

이나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은 추천해요. 시행착오도 경험이 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좋아하니까’와 ‘잘하니까’는 전혀 다르고, 일로 삼으면 또 다르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현실감각을 기를 수 있다면 더욱 좋고요. 효진 사실 글만 써서 먹고 사는 건 너무 힘든 일이라 본업보다는 부업으로 추천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바깥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글을 많이 쓰면 좋겠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나 맞아요. 최근에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개봉했는데, 제목이 상징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회가 있다면 어디서든 여성들이 말하고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으면 해요. 세계의 절반인데, 그만큼은 들려야죠.

 

4인용 테이블 소식은 트위터@ttff_cr와 인스타그램@ttff.c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828호 – Issue]

PHOTOGRAPHER 김윤희 Studio 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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