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전, 내 소개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집중하면 이송희, 이송희 하면 집중.

얼마나 집중을 잘하기에? 아쉽게도 그 반대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야 진짜 너는 집중 좀 해라.”일 정도니까.

심지어 대학교에서 태도 점수를 깎인 적도 있다.

이쯤 되면 내 집중력이 얼마나 ‘똥망 ’인지 가늠이 되는가?


 

“그거 알아? 대치동에는 집중력 테스트 받는 곳도 있대!” 부모 님과 아이들이 손에 손잡고 가서 집중력을 측정한다는 그곳. 거기라면 내 집중력의 실체를 규명해주지 않을까? 그럼 제가 한번 가보겠습니다.

 

테스트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숫자와 기호 짝 맞추기, 들리는 숫자 기억해서 쓰기, 듣고 계산하기 등의 테스트가 각각 2~5분 간 진행됐다. 하지만 뼛속까지 문과인 나는 숫자 앞에서 급속도로 멘탈이 파괴되고 말았는데…. 힘겨웠던 테스트가 끝나고 결과를 분석한 그래프를 받았다. 그런데 이게 뭐야. 청각 주의력이 백분위 11.02? 그러니까 100명 중 뒤에 서 11등이라는 소리?

 

청각 주의력이 낮은 사람들은 대형 강의와 같이 일방적으로 정보가 제시되는 현장에서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타인의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상황을 잘못 이해하거나 엉뚱하게 행동하기도 한다고. 문득 교수님이 시험시간을 알려주실 때 딴짓하다가, 혼자 일찍 전공시험을 치러 간 기억이 떠올랐다. 그랬구나. 내가 청각 주의력이 낮아서 그랬던 거였구나….

 

 

오전 내내 검색창에 ‘집중력 높이는 방법’ 따위를 검색했다. 모두 시원찮고 하나마나한 소리들뿐이군! 지쳐가던 찰나 내 머리채를 잡은 것은 바로 배꼽 힐링기! 이름부터 ‘B급’ 느낌 물씬 풍기고, 생긴 것도 좀….

 

배꼽을 지압해서 집중력을 높이는 원리라는데, 배꼽과 집중력이 뭔 상관? 그들의 설명은 이렇다. “배꼽은 주변에 소화기관, 순환기관, 면역기관 등이 모여 있는 생명에너지의 허브다. 그래서 배꼽을 자극하다보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뇌에 혈류와 산소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져 집중을 잘 할 수 있다.” 오. 그럴싸하다.

 

찾아보니 수상 경력에, 각종 매스컴에서도 핫할 뿐더러 해외 수출까지 했다. 무엇보다 2시간 걸렸던 업무를 단 10분 만에 처리하게 된다고 광고하는 이 자신감! 알맹이가 있으니까 이토록 자신만만한 거 아닐까? 호구 경력 2N차, 오늘도 카드를 언로꾸_★했다.

 

 

드디어 도착했다. 설명서를 정독해보자. 우선 편하게 앉은 후, 눈을 감고 몸에 힘을 뺀다. 몸에 힘 빼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지. 훗. 그다음에 힐링기로 배꼽을 지그시 누르고, 누르는 동작에 맞춰 숨을 내쉰다. 사실 이게 제일 힘들다. 숨을 내쉴 땐 배 가 빵빵해지는데, 자비 없이 배꼽을 눌러야 하니까. 나도 모르게 자꾸 숨을 들이 마시게 된다.

 

이 동작을 100~200번은 하라 는데 첫 시도에서 10번도 못했다. 이놈들아! 이렇게 아프다곤 말 안했잖아! 배꼽이 뚫릴까봐 무서워서 언저리를 누르는 것으로 타협했다. 혹시나, 안 그래도 없는 집중력을 애먼 데에 쓰고 있는 건 아닐까?

 

 

강렬한 자극에 길들여지면 집중력이 더 떨어진다기에 자기 전에 웹서핑 대신 배꼽 지압을 하기로 했다. 불을 끄고 누워 펌핑과 호흡을 시작. 장족의 발전으로 한 50번쯤 했을까? 창문 실루엣에 비친 내 모습. 숭하게 생긴 뭔가로 배를 계속 찌르고 (?) 있는 그로테스크한 모양이다.

 

자취방에 울려 퍼지는 내 거친 호흡과 불안한 힐링기와 그걸 지켜보는 나 자신. 배꼽 힐링기를 내려놓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왜 자꾸 발끝이 오그라드는 거지. 분명 혼자 있는데, 더 혼자 있고 싶다.

 

 

시간 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배꼽을 지압한다. 여전히 아프지만 조금씩 적응도 되고, 개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몸에 변화가 왔냐고 물으면 변화가 오긴 왔다. 예상과 다른 변화이긴 하지만.

 

일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배가 너무 고프다. 분명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댔는데 자꾸 배고파서 간식을 끊을 수가 없다. 장운동도 활발해졌다. 밥만 먹으면 우르릉 쾅쾅… 쾅쾅. 변비에 직빵이라는 ‘돌X락스’ 못지않은 효과다. 아, 이래서 다이어트가 된다고 한 건가. 변비로 고통 받는 친구에게 배꼽 힐링기를 추천했다가 요즘 다단계 하냐며 의심을 받았다. 진짜 좋은데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네.

 

 

‘현타’를 맞이했던 나의 ‘배꼽 힐링’은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80번 정도 거뜬히 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다른 건 몰라도 지압할 때만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게 되므로, 지압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중하는 시간도 늘어나는 거 아닐까 마음대로 추측 중.

 

부족했던 청각 주의력을 끌어올리는 연습도 하고 있다. 한국집중력센터에서 조언 받은 대로 업무를 전달받을 때 ‘무조건 다 들어야한다’는 조급함 대신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메모를 한층 더 꼼꼼하게 적고, 문장과 낱말 등을 의미대로 끊어 듣는 연습도 함께. 습관을 들이다보면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못 듣는 일이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일주일 간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벼락치기로 섭렵했다. 이제 효과를 확인할 차례. 다시 한국집중력센터를 찾았다. ‘집중하기 전 준비 시간을 가져라’는 조언을 떠올리며 3~5분 정도 심호흡을 한 후, 테스트에 들어갔다.

바닥을 기는 수치였으니 더 내려갈 것도 없겠지….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시각 주의력과 청각 주의력은 상승했지만, 이전 검사에서 평균이었던 학습 집중력과 지속적 집중력이 곤두박질쳤다. 각각 백분위 6.12와 5.71로, 100명 중 뒤에서 10등 안에도 못 들었다. 상담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무슨 일 있으셨나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테스트 초반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해 뇌에 과부화가 걸렸다는 점.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억지로 에너지를 끌어 써야 해서 더욱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깨어있는 시간의 10%는 뇌를 쉬게 해줘야 필요한 순간에 효과적으로 집중력을 꺼내쓸 수 있다니…fail.

 

가장 소오 름끼쳤던 이야기는, 집중력은 ‘습관’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습관을 안 들여놓으면 25~27살 기점으로 급격히 나빠져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그냥 내 집중력 똥망이다! 하하하! 웃어넘길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포기는 않으련다. 집에 가면 당장 뇌를 쉬게 해줘야지. 아, 배꼽 힐링기부터 버리고.


[813호 – issue]

Photographer 신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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