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20대들의 고민이 바뀌고 있다. 예전엔 “이러다 결혼 못 하는 거 아냐?”였다면 이젠 “결혼 안 하고 살 수는 없을까?”를 궁리한다.
결혼이 당연한 삶의 절차로 여겨지던 때,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미혼(未婚)이라 불렸다. ‘비혼(非婚)’은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대 10명 중 7명이 비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 비싼 집값, 경력 단절 등 결혼이 꺼려지는 이유는 많다.
그럼에도 막상 비혼이 내 얘기라 생각하면 불안해진다. 결혼하지 않고 어떻게 살지, 일종의 ‘롤 모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비혼을 결심하고 그 결심대로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홍승은, 30세
‘평범’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오랫동안 나는 나를 해명해왔다. 고등학교를 그만두었을 때, 토익 시험이 아닌 학생운동을 선택했을 때, 결혼이 아닌 동거를 선택했을 때.”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다는 건 해명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번거롭고 부담스럽다. 그러나 홍승은씨는 스스로의 선택을 믿었다.
최근 펴낸 책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잘 봤어요. 읽으면서 ‘고등학교 자퇴’, ‘동거’ 등 쉽지만은 않았을 선택의 순간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저의 가장 큰 화두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 였어요. 고등학생 때 학교를 그만둔 것도 그래서였고요. 근데 그때는 구체적으로 그려보지는 못했어요. 자유롭다고 해봤자 그냥 적당히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적당히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정도? 지금은 자유의 범위가 훨씬 더 넓고 또 다양할 수 있다는 걸 많이 알게 됐어요. 막연했던 것들이 하나씩 구체화되고 있는 거죠.
비혼도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한 선택 중 하나일까요?
다들 어릴 때 부모님의 다툼을 보면서 한 번쯤 생각했을 것 같아요. ‘저럴 거면 결혼은 왜 하는 걸까?’(웃음) 그러다 20대 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뒤로는 같이 살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어요. 결혼도 괜찮겠다 싶었죠.
근데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뵙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예비 며느리로서 괜히 분주해지고 이것저것 나서서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남자친구 부모님도 며느리 역할을 당연하게 기대하시는 것 같고. 또 이혼한 저희 부모님 얘기를 듣고는 싫은 티를 내셨대요. 남자친구는 그걸 또 저한테 알리고. 그때 결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비혼을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외로울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결혼이든 동거든 같이 있고 싶을 때가 있고,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결혼하면 오히려 그 사람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게 되잖아요. 그 사람도 흔들리는 나약한 인간일 뿐인데. 그래서 좀 더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는 관계가 소중한 것 같아요.
인간관계에 질렸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학교나 회사에서 혈연· 연인이 아닌 사람과 ‘가족 같은 관계’를 맺어볼 경험이 없거든요. 이익을 내야 하는 계약 관계이거나,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상대일 뿐이죠. 관계에 대한 상상력이 라는 것도 살아보면서 키워지는 건데 그럴 기회가 없고, 그러다 보니 더욱 결혼으로 맺어지는 관계에 매달리는 것 같아요.
‘가족 같은 관계’라면 어떤 형태인가요?
저 같은 경우 카페 오픈한 뒤에 만난 사람들이요. 같이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밥도 해 먹고, 일상을 공유해요. 모든 사람과 그렇게 지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방식은 조금씩 달라도 감정의 결,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죠. 대화가 잘 통하다 보니 내밀한 얘기까지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전 이게 기존에 제가 맺어왔던 혈연관계보다 훨씬 가족 같다고 느껴요. 일종의 가족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그 관계도 시간이 지나면 가족처럼 부담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느슨한 관계를 말씀드린 거예요. 저희도 처음 멤버와 지금 멤버가 완전히 달라요. 머물다가 또 자기의 길로 가는 거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언제든 흩어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관계의 흔들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비혼이라는 건 나한테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한테 시선을 둘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보고 싶어요. 인터뷰도 하고, 느끼는 것들을 계속 글로 남기면서 살고 싶어요.
비혼과 결혼 사이에서 고민하는 20대 독자 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좀 달라 보이잖아요. ‘쟤는 쟤니까 저렇게 살지’ 생각하면서 내 얘기가 아니라고 여기고. 저희 모임에서도 그런 얘기 많이들 하세요. 페미니즘 모임에 와서 페미니즘 공부하면서 “나는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라고 하거든요.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평범한 여성의 삶을 살 수 없는데.(웃음) 누구나 각자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는데, 자신이 ‘평범’이라는 말에 담기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모두에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818호 – issue]
Photographer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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