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20대들의 고민이 바뀌고 있다. 예전엔 “이러다 결혼 못 하는 거 아냐?”였다면 이젠 “결혼 안 하고 살 수는 없을까?”를 궁리한다.

결혼이 당연한 삶의 절차로 여겨지던 때,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미혼(未婚)이라 불렸다. ‘비혼(非婚)’은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대 10명 중 7명이 비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 비싼 집값, 경력 단절 등 결혼이 꺼려지는 이유는 많다.

그럼에도 막상 비혼이 내 얘기라 생각하면 불안해진다. 결혼하지 않고 어떻게 살지, 일종의 ‘롤 모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비혼을 결심하고 그 결심대로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문혜정, 43세

내가 지지하고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필요할 뿐이에

 

 

비혼의 삶을 상상해보자. 나만의 멋진 삶? 혹은 쓸쓸하고 외로운 삶? 둘 다 아니다. 서울시 마을 공동체 종합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문혜정 씨. 그는 결혼 후의 삶을 살아갈 자신이 없어 비혼을 택했다. 그 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 누군가는 결혼을 했다면, 그녀는 결혼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혜정님이 생각하는 비혼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요즘에는 미혼을 비혼이라고 바꿔부르기도 해요. 미혼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미완의 존재로 보는 표현이라면, 비혼은 결혼하지 않은 그 삶 자체를 존중하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전 비혼이라는 표현 자체가 좋아요.

 

지금 하시는 일도 비혼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관련 있죠! 남녀가 결혼해서 꾸리는 가족 말고도 1인 가구, 동성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잖아요? 마을 공동체 사업을 통해 그런 분들이 다함께 소통하며 살아가는 장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비혼주의자라면, 앞으로도 결혼할 생각은 없으신 건가요?

아니요. 지금은 결혼할 생각이 없지만, 언젠가 제가 스스로 결혼을 선택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참고로 제 사주에는 49세에 결혼수가 있대요.(웃음)

 

비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주변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어떤 친구들이었나요?

거창하진 않아요. 제 곁에는 주변에 롤 모델이 될 만한 친구들이 있었어요. 결혼이 아닌 다른 삶을 선택한 친구들? 외국에서 살거나, 어디 놀러 다니기도 하고,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거나 농사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요. 그 친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 꼭 결혼하지 않아도 다양한 형태로 살 수 있구나’라고 느꼈죠.

 

친구들이 삶에서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확신을 준 거네요.

그렇죠.

 

그 전에는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 고 계셨나요?

자신이 없었어요. 결혼제도에 편입해서 살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저에겐 결혼해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게 불안이었어요.

 

정확히 어떤 것에 대한 불안이었을까요?

결혼이 부여하는 여성상대로 살지 못할 것 같았어요. 예를 들자면 동생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동생이 제부의 아침밥을 차리더라고요. ‘저걸 평생 해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아침잠도 많고, 또 저만의 인생 사이클이 있잖아요? 그렇게 살 자신이 없었어요.

 

비혼을 선택했을 때, 주변의 시선이나 편견에 대한 걱정도 있었을 것 같아요.

비혼주의자들이 어떤 시선이나 간섭들과 맞닥뜨리게 되는지 궁금해요. 많은 사람이 비혼주의자를 연애 시장에서 탈락한 사람으로 보거나, 성격이 괴팍하고 자신만의 세상에서 사는 사람 취급해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인데! 그러고는 마음대로 적령기의 이성을 갖다 붙이거나, “나이 먹으면 애 낳기 힘들다”라면서 눈치를 줘요. 그래서 사실은 ‘내 삶이 괜찮다’라는 걸 끊임없이 보여줘야 한다는 피로감을 느끼기도 해요.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편견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고, 그 이외의 삶은 특별할 것 없어요. 굳이 비혼의 삶과 결혼한 삶을 나눠서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비혼을 고려하는 20대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혼이라고 해서 뚝 떨어져 혼자 사는 건 아니에요. 막상 혼자 살려고 하면 많은 사람의 도움과 배려가 필요해요. 또 수다가 필요하고요.(웃음) 전 수다 떨면서 힘을 많이 얻는 타입이라서…. 언제나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잘 이어가는 게 좋아요. 그게 절 지금까지 버티게 해줬어요. 제가 지지하고 또 절 지지해주는 사람들. 그게 필요해요.


[818호 – issue]

Photographer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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