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20대들의 고민이 바뀌고 있다. 예전엔 “이러다 결혼 못 하는 거 아냐?”였다면 이젠 “결혼 안 하고 살 수는 없을까?”를 궁리한다.

 

결혼이 당연한 삶의 절차로 여겨지던 때,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미혼(未婚)이라 불렸다. ‘비혼(非婚)’은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대 10명 중 7명이 비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 비싼 집값, 경력 단절 등 결혼이 꺼려지는 이유는 많다.

 

그럼에도 막상 비혼이 내 얘기라 생각하면 불안해진다. 결혼하지 않고 어떻게 살지, 일종의 ‘롤 모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비혼을 결심하고 그 결심대로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이명훈, 34세

제도에 묶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어요

 

 

이명훈씨는 “왜 결혼을 안 해?”라고 누가 물으면 “넌 왜 결혼을 하려고 해?”라고 되묻는다. 결혼이 기본 값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불편한 것도 있지만, 정말 궁금해서다. 서로를 사랑하는 데 제도가 꼭 필요한가? 파트너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의 얘기를 들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신다고요.

전공은 교육학이고요, 교직이수 준비하는 학생들 같은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교양 과목을 가르쳐요. 연구는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교육’ 쪽으로 준비하고 있고요. 매주 금요일에는 전교생 열세 명인 강원도 산골 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고 있어요. 시간제 강사인 셈이에요. 요즘은 학교도 비정규직을 많이 쓰거든요. 산골이다 보니 선생님들이 잘 안 오려고 하신대서 운 좋게 제가 가게 된 거죠. 지난 학기엔 방과후센터 같은 데서 탈학교 청소년들이나 탈북청소년들도 가르쳤고요.

 

비혼을 생각한 건 언제쯤부터인가요?

흔히 결혼 적령기라는 말을 하잖아요. 서른이 지나고 그 적령기가 가까워올 때, 마침 만나고 있던 애인이랑 진지하게 대화를 많이 했어요. 얘기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우리가 굳이 이 제도 안에 들 어가야 되지? 저는 오히려 결혼하신 분들한테 묻고 싶어요.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왜 하셨냐고. 주변을 보면 결혼 후에 행복해하는 분들도 별로 없던데.(웃음)

 

동거는 결혼과 어떻게 다른가요?

전 차이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동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책임한 변심이나 불안정성 때문인데, 사람 마음이 불안정한 건 결혼하나 안 하나 마찬가지잖아요. 제도의 힘을 빌려서 억지로 묶고 있는 것 자체가 서로에 대한 기만 아닐까요. 정말 사랑한다면 제도 없이도 안정된 관계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동거한 뒤로 헤어지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없어요. 동거가 아무하고나 막 만나자는 건 아니거든요.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양가 부모님들의 개입이 훨씬 적어요. 대개 결혼은 두 사람만이 아니라 두 집안 간의 만남이라고들 하잖아요? 서로의 가족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 의무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클 것 같아요. 저흰 그럴 여지를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어요.

 

백 번은 들으셨을 것 같지만, 아이에 대한 생각은 없으신가요?

처음엔 아이를 갖고 싶었어요. 혈연관계는 특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고, 게다가 아이 키우기 쉽지 않은 세상이니까. 또 파트너랑 합의가 되어야 하잖아요.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 계속 대화하고 있어요.

 

남성의 비혼은 여성의 비혼과 어떤 점이 다를까요?

결혼하면서 완전한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은 남녀 모두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포기해야 하는 쪽은 여성들이에요. 가사, 육아, 감정노동에 훨씬 큰 노력이 들어가잖아요. 우리 문화에서 남자들은 결혼 제도 안에 들어감으로써 혜택을 보는 부분이 분명 있거든요. 비혼을 택하려면 그걸 포기할 수 있어야 돼요. 당연한 듯 누리고 있지만 당연한 게 아니니까요.

 

10대, 20대 때 생각했던 30대의 삶은 지금과 얼마나 일치하나요?

10대 땐 결혼할 걸 당연히 전제하고 미래를 구상했어요. 지금은 완전 다르죠. 아이를 갖지 않으려다 보니 반려동물도 몇 마리 키우고 있고요. 저희는 3년마다 한 번씩 이사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올해가 이사하는 해라서 준비 중이에요.

 

이사를 3년에 한 번씩 하기로 한 이유가 있나요?

한곳에 오래 머무르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일상이 재미없어지고. 저희는 그 주기가 3년 정도라서, 환경을 바꾸려는 거죠. 생소한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새로운 목표도 생기고, 의욕도 생겨요. 관계 맺기도 조금씩 더 편해지는 것 같고요.

 

비혼과 결혼 사이에서 고민하는 20대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한 사람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표현하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엄청 많고 계속 달라지니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뭘 할 것인지 뚜렷하게 말하지 못하면 불안정하다면서 걱정하잖아요. 물론 불안하죠. 근데 그게 좋은 삶인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뚜렷한 직업도 없고, 강의를 한다 해도 다 계약직인데, 지금 엄청 행복하게 잘 살고 있거든요.


[818호 – issue]

Photographer 김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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