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아해들이

헬조선을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길이오.)

.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도

도망치고 싶다고 그리오.

제3의 아해도

탈출하겠다고 그리오.

.

제4의 아해도…

제5의 아해도…

.

헬조선의 아해들은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

(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언제부턴가 대화의 마무리에 “아, 탈조선이 답인가”라는 한탄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짜 한국을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반도 되지 않는다. 많은 준비를 거쳐 이국에 발을 내딛었다 해도 모두가 성공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두려움이 앞선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조국에 마음 붙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다른 나라에 무사히 안착할 수도 없는, 지금 한국의 청년들은 정서적 난민으로서의 혼란을 겪고 있다.

.

「대학내일」은 아름다운 탈조선 성공기 대신 헤매고 부유하며 서툴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청년 ‘난민’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그리고 이 지옥 같은 시대에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가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유럽 배낭 여행이나 워킹홀리데이에 다녀온 친구들은 곧잘 “외국 가서 취업하고 싶다”, “거기서 취업하면 여기보단 나을 것 같은데’”라는 말을 했다. 친구들의 말만 들으면 탈조선 해서 간 유럽은 천국일 것 같았다. 정말 그랬는데!

 

 

‘여기 너무 좋다, 살고 싶다’. 저도 반년 정도 영국에서 어학연 수를 하면서 이런 꿈들이 커진 상태로 한국에 돌아왔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유럽이 정말 좋은 나라인 줄 알았죠. 한창 ‘헬조선’이라는 말이 화제가 되고 있을 때였거든요. 도대체 취업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아예 정착할 생각으로 유학을 결심한 거죠. 마침 제가 아는 분 중에, 유학하다가 현지 기업으로 스카우트 된 분이 있었거든요.

 

유럽에 가면 나도 그렇게 될 줄 알았어요. 그분이 상위 1%에 속하는 사람인 줄도 모르고. 저는 곧 ‘영어도 좀 하는데다 예술 분야를 전공했으니 예술적인 나라에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프랑스로 향했어요.

 

환상을 가득 안고 떠났는데,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급급했어요. 우선 언어가 발목을 잡았죠. 소통조차 원활하지 못하니, 그 나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학생들과 경쟁이 안 됐거든요. 항상 뒤처지고 못 하는 애였죠. 어딜 가도 야무지다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태어나서 그렇게까지 자존감이 떨어진 건 처음이었어요. 나중에는 유급만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버텼고, 실제로도 정말 겨우 통과했어요. 결국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학위를 따야 했죠.

 

 

‘돈’ 문제도 장난이 아니었어요.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 게 죄송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했었죠. 그런데 외국인은 잘 받아주지도 않을뿐더러 그 자리마저 경쟁인 거예요.

 

1시간에 8유로라도 벌겠다고 한인 식당에서 일했지만, 집세의 절반도 못 냈어요. 학생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나라가 법으로 정해뒀거든요. 그런데다 공부하는 시간도 줄어드니, 안 좋은 성적이 더 나빠질까봐 2달 정도 일하다 관둘 수밖에 없었어요.

 

집 구하는 일은 어려운 정도가 아니에요. 우선 보증인이 있어야 하는데, 당연히 아무나 안 해주죠. 운 좋으면 교수님이나 프랑스인 애인이 해주기도 하죠. 이런 ‘인맥 금수저’와 달리, 저처럼 ‘인맥 흙수저’들은 여기저기 애걸복걸해야 해요. 하다 하다 못 구하면, 에어비앤비로 살기도 하죠. 근데 이러면 국가 지원금을 받지 못하거든요.

 

결국 저는 한인 부동산에 거의 1000유로쯤 되는 한 달 치 월세를 내고, 그분들을 보증인으로 세웠어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보증인이랑 집을 구하러 다니는데, 그 집주인이 세입자가 될 저를 마음에 들어해서 ‘간택’해줘야 진짜 끝이에요.

 

이렇게 어렵게 구한 집이면 좋아야 하잖아요? 근데 1층도 아닌 0층에 문 열면 도로예요. 18세기에 지은 낡은 건물이라 발로 뻥 차면 문이 그냥 열리죠. 첫 번째 집에서는 밤만 되면 술 취한 노숙자가 문을 두드려 공포에 떨다 얼마 못 살고 이사해야 했어요.

 

 

비자 문제가 까다로워, 학생은 체류증도 주기적으로 연장해야 해요. 이 과정이 또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요. 3달 전부터 준비 해야 할 만큼 서류의 양이 많거든요, 먼저 신청한 후 직접 가야 하는데, 만약 하나라도 누락된 서류가 있으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죠.

 

보험금을 환급받거나, 휴대폰을 개통하려면 일일이 타이핑해서 우편으로 보내야 해요. 믿어지시나요? 21세기에 전산이 아니라니. 거기다 등기로 안 보내면 버리거나 못 받았다고 잡아떼는 경우도 부지기수죠.

 

3년간의 유학 기간 동안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 받는다는 느낌 을 받은 적이 없어요. 많이 울었고, 매일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죠. 아직 졸업이 아니라 수료 상태임에도 한국에 돌아와 취업을 한 건 그래서예요. 지금은 인턴에 열정 페이를 받고 있지만 훨씬 행복해요.

 

그런데 저 같은 사람들 정말 많아요. 유학이 완전히 실패한 것도 성공한 것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들. 결과적으로 이력서 한 줄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누군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갈래?” 라고 묻는다면 절대 싫어요. 물론 제대로 된 자기만의 기술이 있다면 성공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굳이 떠나지 않아도 잘 살지 않을까요? 그 정도로 능력자가 아니라면 왜 굳이 외국인을 쓰겠어요.

 

안타깝지만 유럽의 경제 사정도 그리 좋지 못해요. 일단 외국으로 나가면 금전적인 문제와 동양인이라는 사실이 약점이 돼요. 그리고 그런 점을 악용해 착취하려는 이들도 있고요. 겉에서 보는 게 전부는 아니에요. 탈출하기만 하면 지금과는 다를 거란 생각으로, 막연하게 갔다가 정말 개고생만 하니까 신중하 게 생각하길 바라요. 유럽도 헬이니까요….


[819호 –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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