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문하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고, 독일에서 일하고 있다는 회사원을 만났다. 정착한 지 이제 2년 차. 고민따위 없을 것 같다고? 여유로운 생활이 행복하긴 하지만 ‘이렇게 편히 살아도 되나’ 싶다고….


 

대학내일 본래 참여하기로 한 다른 분들은 신상공개에 대한 걱정으로 인터뷰를 포기했어요. 그 정도로 한인사회가 무섭나요?

 

독일 취뽀자 먼저 정착한 한국 친구가 제일 강조한 게 “한인사회를 멀리하라”였어요. 친구는 독일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있었거든요. 사회가 좁아 소문이 빨리 도는데, 왜인지 1순위 타깃은 미혼 여성이라더군요. 시내에서 남자친구와 손만 잡고 걸어도, 다음 날이면 “누구 씨가 남자와 아주 물고 빨며 다녔대”가 되는 거죠.

 

덕분에 한인교회는 멀리하고, 한국인 친구는 1:1로만 사귀는 등 되도록 엮이지 않고 있죠. 근데 취업하려면 따로 인맥이 있지 않은 이상, 아예 섞이지 않기는 힘들어요.

 

대학내일 그럼 지금은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계신가요?

 

독일 취뽀자 작은 규모의 ‘가족 같은’ 한국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제 업무는 영어로 유럽지역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는 거라 그래도 다행이죠. 퇴근도 빨라서 스트레스는 덜한 편이에요.

 

대학내일 아… 가족 같은…. 급여나 생활은 어때요?

 

독일 취뽀자 연봉 자체는 높아졌는데, 세금이 무려 급여의 45%라 실 수령액은 한국보다 확 적어져 조금 슬퍼요. 그래도 다른 유럽에 비해 의료보험이 잘되어 있어서 가벼운 상해나 감기는 치료가 전부 무료예요. 서비스 인건비가 비싼 레스토랑 대신 식재료가 저렴해 요리하는 재미가 있고요.

 

대학내일 만약 한국에서 돈을 훨씬 많이 받았더라면 여기 안 왔을까요?

 

독일 취뽀자 그럴리가요. 대기업에 다녔지만, 그 3년간 제 생활은 없었어요.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8시 전에 퇴근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았죠. 주말과 명절에도 카톡 업무는 당연하고. 요즘은 8시에 출근해, 5시면 퇴근하니까 천국까지는 아니라도 저녁이 있는 삶은 가능하죠.

 

 

대학내일 천국이 아닌 이유는 뭐예요?

 

독일 취뽀자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요. 가끔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곱씹게 되는 일도 겪고요. 할아버지에게 추파를 받는다거나, 길을 걷거나 저녁에 혼자 다닐 때 ‘캣 콜링’ 당하는 건 일상이에요. 아시아 여성만 보면 “니하오~” 하고 말을 걸면 서 은근히 희롱하는 거죠. 웃긴 건 이런 일은 이민자나 유색인종에게 당하는 게 더 흔하다는 거예요.

 

대학내일 독일에서 나고 자란 ‘백인’들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 인가요?

 

독일 취뽀자 덜하기는 하지만, 본인들도 모르게 은연중에 드러내는 편견이 있죠. 현실적으로 기술직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 이민자들을 ‘게으르다’고 평한다거나, ‘아시아 남자는 매력이 없다’는 걸 기정사실처럼 여긴다거나. 그래도 노출 있는 옷을 입으면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여대’를 나왔다고 말하면 사치스러울 거라 낙인찍는 게 일상이었던 한국보다는 견딜 만해요.

 

 

대학내일 뼈가 있네요. 분위기를 바꿔서, 요즘 하루는 어떻게 보내나요?

 

독일 취뽀자 여유로워요. 문제는 너무 여유로워진다는 거죠. 오기 전에는 포부가 컸거든요. 한국에 있을 때 시간이 없어 못 했던 취미 생활도 마음껏 하고, 독일어도 완벽하게 마스터해야지 했는데…. 요즘엔 주 3회 어학원 가는 걸 제외하면 별다른 일을 안 해요.

 

대학내일 느긋하게 살고 싶어서 떠나온 거잖아요. 그게 문제가 돼요?

 

독일 취뽀자 마음이 느긋해지지 않아요. 이곳 친구도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는데, 집에서 쉬는 게 뭐가 문제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쉬다가도 SNS로 한국 친구들이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볼 때마다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져요.

 

대학내일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요?

 

독일 취뽀자 한국이 자기 계발하면서 달리지 않으면 넘어지고 마는 러닝머신 같았다면, 독일은 레벨 업이 없는 게임 같아요. 물론 여기도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는 큰 기업과 업무가 있겠죠. 하지만 그러려면 한국에서보다 몇 배는 치열해져야 해요. 저는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이방인이니까요. 그렇다고 한국 대기업의 독일 지사에 취업하기는 싫고요. 같은 회사임에도 ‘외국인’과 ‘한국인’의 근무 환경이 다를 수 있거든요.

 

대학내일 같은 정직원인데 차별한단 말인가요?

 

독일 취뽀자 근무시간 채우면 퇴근하고, 연차에 맞게 휴가 쓰는 게 당연한 건데. 정작 한국인이 휴가를 쓰려고 하면 “일주일 간 자리를 비워도 회사가 돌아간다면, 그건 회사에 필요 없다는 이야기지” 한다더군요. 그 회사에 근무한 외국인 친구조차 한국인한테만 눈치 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대요.

 

대학내일 그럼 독일을 떠날 생각도 있나요?

 

독일 취뽀자 고민 중이에요. 5년간 성실하게 납세하면 영주권이 나오거든요. 꼭 독일이 아니어도 좋아요.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지만요.


[819호 –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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