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읽으면서 마음이 더 암울해졌을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는 그럼에도 ‘헬조선’에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어떤 사회를 꿈꿔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헬조선 인 앤 아웃』

조문영 외, 눌민

 

한국은 이제 청년들에게 살기 어려운 나라를 넘어서 살기 싫은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앞에서 만난 3명의 사례처럼 ‘탈조선’ 역시 만만치 않다. 한국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돈과 시간,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사람 들은 많지 않다. 설사 힘겹게 정착한대도 1등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얻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청년들의 대다수는 밖으로 떠나지도, 안에서 자리 잡지도 못 한 채 난민이 되어가고 있다. 생존도 탈출도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오갈 데 없는 분노와 스트레스만이 차곡차곡 쌓여 임계점을 향해 달려간다. 요즘 한국 사람들은 언제든 화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2015년 대한정신건강의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인 50%가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으며 10%는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왜 갑자기 분노조절장애 이야기냐고? 부글부글 끓는 분노가 향하는 방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고 치자. “하루 종일 일하는데 180만원밖에 못 받아요.”

 

당연히 회사 욕이 줄줄이 달릴 거라고 예상했건만, “누군 일하고 싶어서 난리인데 복에 겨웠다”, “난 180만원도 못 받는데 누구 놀리냐”며 비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마우스를 몇 번 움직이면 이런 풍경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약자에게 주어진 혜택을 ‘무임승차’라며 손가락질하고, 그들에게 ‘-충’ 자를 붙이며 혐오하는 데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계급을 나눠서 더 못한 사람을 착취하고 지금의 상황도 고맙게 여기라며 으름장을 놓는 짓. 이게 바로 청년들이 넌덜머리 내는 이 나라의 ‘미개함’ 아니던가? 왜 헬조선에 짓눌린 세대가 더욱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헬조선을 재생산하고 있는 걸까?

 

나는 우리가 성적과 능력 순으로 존엄을 인정받는 사회에서 자라면서, 은연중에 그런 논리를 내면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문학과지성사

 

『사람, 장소, 환대』의 저자 김현경은 “우리는 환대 받음에 의해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고 썼다. 여기서의 환대는 뭘 잘 해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절대적 환대를 의미하는데, 이는 모든 사람의 권리이며 사회적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반대로 헬조선의 핵심은 네가 뭘 제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너의 가치가 결정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는지, 명문대를 다니는지, 연봉 많이 주고 알아주는 회사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까지 따져 존중할지 말지를 선택한다.

 

그렇다면 시급 6470원을 받으며 바코드를 찍는 알바생은? 하청업체 소속의 단순 노동자는?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몇 년째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취준생이나 고시생들은? 자원으로서 별 가치가 없으니 소외되고 무시당해 마땅한 걸까? 이러한 생각들이 계속 당연한 것으로 통용되는 한 개인의 상황이 바뀌어도 ‘헬조선’은 여전할 것이다.

 

『노오력의 배신』

조한혜정 외, 창비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은『노오력의 배신』에서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호혜적 평등주의’에 대한 감각이라고 말하며, 핀란드 록 콘서트의 사례를 예로 든다.

 

티켓이 매우 비싼 콘서트였는데, 콘서트 장 옆에 커다란 모니터를 설치해 다른 이들도 무료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해놓았다는 것이다. 공연을 보려면 모두가 비싼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고액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도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것이 바로 ‘호혜적 평등주의’다.

 

이런 태도의 바탕에는 어떤 사람이든 환대 받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는 우리에게 두 가지 세상을 상상해보라고 권한다. “호혜와 나눔의 감각이 있는 사회와 독점과 경쟁 원리로 삶을 조직하는 사회. 자원이 급격하게 고갈되는 시대에 어떤 나라가 더 살아남을 확률이 높을지를 물어보면 답은 자명하다.”


 

[819호 –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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