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1년 차. 그 어렵다는 ‘취뽀’까지 했건만, 호주로의 워킹홀리데이를 준비 중이다. 이곳에서는 ‘오늘의 행복’을 꿈꿀 수 없어서다.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일찍부터였어요.

 

교환학생을 가게 된 것도 그래서였죠. 이 생활을 잘 버텨내면 외국에 나가서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현재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고 있지만, 막연히 ‘탈조선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에요. 교환학생을 마치고 현지 기업에서 6개월간 인턴을 하면서,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스스로를 테스트해보기도 했죠.

 

솔직히 나가면 힘들어요. 여기서와 거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일 자체가 다르고, 지지해줄 친구나 가족도 없고요. 집은 또 어떻고요. 렌트비는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죠. 관공서는 불편하고, 사람 들은 불친절하지는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차별’하고는 하죠. 전 인턴이어서 상황이 좀 나았겠지만, 막상 정착하려고하면 힘든 문제는 더 많겠죠. 그래도 생활을 해보니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여기서는 ‘결혼’ 같은 인생에서 큰 이벤트를 겪지 않는 이상 부모님으로부터 완벽한 독립을 기대할 수 없잖아요. 아무리 자유롭고 싶어도, 부모님의 허용범위 안인 거죠. 그렇다고 저희 부모님이 꽉 막힌 분들은 아니에요. 외박은 흔쾌히 허락하셔도, 남자 친구와 여행 간다고 말하면 불편해하시는 보통 부모님이죠.

 

스펙도 그래요. 나름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알아주는 명문대를 나왔고, 지금 직장에도 만족해요. 하고 싶었던 분야였고, 연봉이 그렇게 나쁜 편도 아니고요. 토익이나 토플도 해두어서 영어도 곧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기서 경쟁력이 없어요. 아무리 좋은 대학에 갔어도 스카이가 아니면 반수나 재수를 하고, 대기업 안에서도 서로의 ‘급’을 나누잖아요. 서열화에 익숙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건 우리가 죽고 난 다음에나 가능하지 않을까요?

 

 

업무 환경은 더 말이 안 되죠. 꼭 필요한 일이고 하루 이틀 정도라면, 밤새는 것 어렵지 않아요. 근데 언제 끝날지 모르게 이어진다고 하면? 앞이 깜깜하죠. 유럽에서는 일주일에 4일만 출근하는 인턴이었는데도 월 200만원 가까이 벌었어요. 한 에서보다 휴가도 많았고, 일주일 풀로 쉬어도 눈치를 안 봤죠.

 

얼마 전 긴 연휴가 끝나고 회사에 출근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몸이 아프더라고요. 컨디션이 안 좋다 정도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아팠어요.

 

거기다 평소 9시 정도에 퇴근하는 게 보통이거든요. 늦으면 11시인데 저녁이 없는 것은 둘째 치고, 요즘은 책도 안 읽고, 뉴스도 안 보고, 음악도 안 들어요. 운동은커녕, 데이트하러 나가는 것도 체력적으로 버거울 정도죠. 내 정체성을 이루어온 것들을 하나둘씩 포기하면서 ‘나는 과연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도 결국은 행복하려고 버는 건데 말이에요. 젠더 감수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무례하거나 무감각한 말들도 견디기 힘들어요. 최근 ‘강남역 사건’ 1주기였잖아요. 회사에서 명백한 여성 혐오 범죄라고 말했더니, 정확하게 “이래서 ‘꼴페미’는 안 된다”는 말이 20대 남자 직원들 입에서 나오더라고요.

 

하지만 저나 제 친구들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보편적’인 거잖아요. 제도보다 인식의 변화가 힘들 것을 아니 가려는 거예요. 적어도 나가면 그런 소리 듣고 화를 내도, ‘예민하다’는 소리는 안 들어도 되니까요.

 

 

지금 업무를 선택한 것도 앞으로의 워킹 장기 비자가 발급될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서예요. 장기 비자가 있으면 정착에 도움이 될테니까요. 물론 떠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요.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민자나 난민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잖아요. 보수정당이 당선되고 있는 추세기도 하고요.

 

상대적으로 관대했던 호주도 비자 발급 직업군을 점점 축소하고 있어요. 유학 가서 대학을 마치고 취업하려던 사람들조차 취업비자를 받지 못해 ‘멘붕’을 겪고 있대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조리사나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야 하냐는 이야기 까지 할 정도니까요. 우리나라에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월세도 내기 힘들지만, 그래도 나가면 먹고는 사니까.

 

하나, 둘씩 꼽다보니 끝이 없네요. 장강명 작가의『한국이 싫어서』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마지막 장면이 제일 좋아요. ‘현금흐름성 행복’이라는 표현으로 ‘지금 현재를 사는 행복’을 비유해요. 저는 주인공 계나만큼은 아니더라도, 하루하루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오늘의 행복이 불가능한 이곳에서는 살 수 없다는 것도 매일매일 느낍니다.


[819호 –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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