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솔하기로 소문난 신희승 26세. 경솔하게 대학내일 인턴에 지원하더니, 그새를 못 참고 스타 유튜버가 되겠다며 또 나대기 시작했다. 가진 건 좋지도 않은 목소리밖에 없는 국문과 졸업생의 ASMR 도전기.

떠밀리듯 도전한 ASMR을 하기엔 영상 편집부터, 녹음, 진행, 모든 것이 생경하다.


 

#1

“희승님 목소리도 좋잖아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그, 그런가요? ㅎㅎ”

 

달콤한 칭찬에 넘어가 떠밀리듯 ASMR에 도전하게 됐다. ASMR이 뭔지도 몰랐던 내게 이번 도전은 정말이지 막막 그 자체. 먼저 내가 뭘 하려는 건지 알기 위해, ASMR 유튜버들의 영상을 미친 듯이 보기 시작했다. 롤플레잉, 이팅사운드, 탭핑 등등 다양한 ASMR 세계를 접하고 있을 무렵, 슬슬 마감 날짜가 다가옴을 느꼈다.

 

이대로는 폭망할 것임을 직감, 무작정 테스트 녹음을 시작했다. “흐안녕하세효오. 대학내힐 asmr힙니드하.” 외마디 비명과 함께 녹음기를 냅다 집어 던졌다. 공기 섞인 내 목소리가 이렇게 듣기 싫을 줄이야.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

 

말을 최대한 줄이고, 대신 듣기 좋은 소리를 가득 담기로 했다. 사무실에서 구할 수 있는 용품을 두드리고 구기며 진정한 ‘귀르가즘’을 실현해 내리라! 그 포부는 당찼다. “음, 이제 뭘 하지?” 영상을 찍기로 결심하자마자 엄습하는 혼돈의 카오스.

 

‘침착하자.’ 일단, 기본적으로 카메라와 성능 좋은 마이크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매한 인턴은 그렇게 촬영 장비를 찾아 나섰다. 그런데 웬걸 마이크가 너무 비싸다. 그때 마주한 네이버 지식인님의 은혜로운 조언.

 

“괜히 돈쓰지 말고 있는 걸로 먼저 해보세요. 노트북에 카메라 있고, 이어폰에 마이크 달렸잖아요.”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하고, 패기롭게 캠을 켰다. 그러나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장비 욕심. 마이크만은 고급으로 하고 싶었다. 그길로 사무실에 있는 성능 좋은 녹음기를 빌렸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라고 그때는 생각했다.)

 

#2

첫 영상의 고막 파괴력은 굉장했다. 과하게 성능 좋은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주변 소음과 듣기 싫은 숨소리를 동반한 목소리. 괴로웠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녹음기를 사용하여 음소거한 영상에 녹음기 소리를 얹는 형식이었는데, 립싱크 틀리는 댄스가수처럼 영상과 소리의 싱크가 어색하기 그지없다. 당연히 노트북 카메라의 화질도 절망적이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콘텐츠. 대본을 나름 타이트하게 짰다고 생각했지만, 러닝타임은 무려 1분 20초. 총체적 난국이었지만, 가장 시급한 건 주변 소음이었다. 목소리 때문에 멘트를 줄이고 소리에 집중하려 했는데, 소음 때문에 소리가 잡히지 않는다.

 

#3

가장 큰 난관인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소를 옮겨 봤다. 사무실에서 집으로. 새벽에 조심스럽게 일어나, 내 방에서 은밀하게 촬영을 진행했다. 몇 번의 리허설 끝에 본 촬영 시작. 그리고 마치 짠 듯이 방문이 열렸다.

 

동생이 새벽에 목격한 것은 노트북 모니터에 대문짝만하게 나오는 오빠의 얼굴과 마이크에 대고 뭐라고 속삭이는 오빠의 숨소리.

 

“뭐해?”

“아니, 그 회사에서….”

“얼렁 자라.”

“응.”

 

동생아 진짜 이상한 거 아니었어. 어쨌든 더 이상 집에서의 촬영은 힘들 것 같다.

 

#4

촬영 장소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로 정했다. 그런데, 여전히 문제는 빌어먹을 내 목소리와 주변 소음이었다. 들어도 들어도 적응 안 되는 목소리는 어쩔 수 없다 쳐도, 주변 소음은 너무 귀에 거슬렸다. 영상을 나름 이래저래 다듬고 있는데, 평소 ASMR에 관심이 있는 에디터님이 다가오셨다. “한번 들어봐도 돼요?”

 

그 환한 미소와 정중한 말투에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나름 자신 있는 테이프 소리를 들려드렸다. 그런데 웬걸, 싱크가 안 맞아 중간에 내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에디터 님은 황급히 이어폰을 빼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들어도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들려드리기 싫다 했잖아요. 아무래도 계속 이대로 가다간 크게 망할 것 같다.

 

#5

장비를 바꿨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옆 팀에서 촬영장비를 빌렸다(댕낼 치트키). DSLR 카메라와 노래방 마이크처럼 생긴 외장 마이크.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녹음기를 사용했을 땐 잡음까지 잡혀 듣기 불편했다면, 외장 마이크를 사용하자 잡음은 덜잡히지만, 소리가 세밀하게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추가한 것이 이팅 사운드! 바삭한 감자칩 소리와 아삭한 오이소리는 외장마이크로 녹음해도 꽤 들어줄 만했다. 화질도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다. ‘이래서 좋은 장비가 필요하구나.’라고 느낀 것도 잠시. 카메라 구도 때문에 애를 먹었다. 총 18번의 촬영 끝에 나름 적당한 구도를 잡았고, 진짜 마지막 촬영이 시작됐다.

 

#6

이젠 물러설 곳이 없다. 영상은 찍으면 찍을수록 아쉬움이 남았고 나름 욕심도 났지만, 때가 됐다. 업로드의 시간이다. 이번 기사의 제목을 ‘유튜브의 유자도 모르는 인턴 참교육’ 정도로 잡을 걸 그랬다. 영상을 올리고 보니, 너무도 허술하고 대충 찍은 느낌이다. 정말이지 쉽지 않구나.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나름 어렵게 만든 ASMR인데.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적어도 30번 이상의 촬영 끝에 나온 귀한 영상들이라는 걸. 콘텐츠 기획부터 촬영 그리고 어느 정도의 쇼맨십을 가미한 acting까지. 유튜버의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822호 –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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