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학교의 이유 있는 변신
명월국민학교
+ 제주 마을 여행을 즐기는 김신지 에디터의 추천
ⓒ 명월국민학교
1955년에 지어져 오랜 세월을 품고 있는 명월국민학교가 지역 주민과 여행자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옛날 학교식 길다란 복도를 따라, 제주도 청년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 마을 잔치나 행사에 쓰이는 다목적실, 여행자들의 발길을 끄는 공방과 카페 등이 나란히 교실을 채우고 있다.
맑은 날엔 저만치 비양도가 보이는 캠핑장도 이곳의 자랑거리. 이런 매력을 십분 살려 지난 9월엔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에서 제주도민을 초청해 ‘2018 오름캠프’를 진행하기도 했다. 곳곳에 옛 학교의 정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한 바퀴 거니는 것만으로 “여기 정말 좋다…”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운동장을 에워싼 커다란 나무들에도 사연이 있다.
옛날 명월리 사람들이 처음 아이를 학교에 보내며 손수 한 그루씩 심었던 나무가 자란 것이라고. 플리마켓, 버스킹 공연 등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질 다채로운 일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Instagram @___lightmoon
커다란 서재를 밤새도록 독차지하는 경험
북스토어 아베끄
+ 제주에 정착해 가구를 만들고 있는 이준용의 추천
“바쁘게 지내기 때문에 여기가 제주라는 걸 실감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아베끄에 오면 진짜 제주에 온 것 같아서 좋아요.” 이런 추천사를 듣고 난 뒤라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찾아가는 길에 방향을 잃어 사장님께 전화를 했더니 익숙한듯 답해주셨다. “가게가 골목 안쪽에 있어 찾기 어려우실 수도 있어요. ‘이런 곳에 서점이?’ 싶을 때까지 쭉 들어오세요.”
그러니까 북스토어 ‘아베끄’의 첫인상은… 정말로 그랬다. 작은 입간판이 없었다면 금능리 마을 가정집 중 하나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제주를 사랑했던 주인은 이 공간이 마을과 잘 어울리기를 바랐다. 그런 마음으로 낡은 집을 차근차근 고쳐 ‘가정식 서점’ 아베끄를 열었다. 직접 가보니 중앙에 있는 창으로 돌담과 바다가 보여 근사했다.
아베끄를 좀 더 느긋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은, 서점에 딸린 작은 방 ‘오, 사랑!’을 눈여겨봐도 좋겠다. 북스테이 형태로 운영되는 이곳에선 커다란 서재를 밤새도록 독차지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김혜원
Instagram @bookstay_avec
살아 있는 제주를 만날 수 있는 곳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 제주 오름을 마스터한 김윤희 포토그래퍼의 추천
ⓒ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중산간’은 제주 한가운데 자리한 한라산과 바다의 중간 지역을 뜻하는 말인데, 오직 제주에서만 사용하는 단어라고 한다. 이 중산간 지역의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조명한 사람이 사진작가 김영갑이다.
그는 모두가 한라산 고산 지대에만 관심을 가질 때, 중산간 지역을 누비며 오름과 들녘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금은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용눈이오름도 그의 사진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곳. 루게릭 병으로 더 이상 걷지 못하게 될 때까지 그는 제주를 찍고, 또 찍었다.
이제 그는 세상에 없지만,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가면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했던 남자 김영갑의 눈으로 제주를 볼 수 있다. 분명 사진인데, 평면의 액자 속에서도 살아 있는 제주가 느껴진다
서재경
homepage www.dumoak.com
제주에서 만난 예쁜 마음
달빛서림
+ 제주에 사는 ‘책 덕후’ 송예빈의 추천
“지금 가려고 하는데 문 열었나요?” 방문 전 전화를 걸었다. 100m쯤 떨어진 곳에서 말하는 것처럼 작고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안 들려요?”를 반복하다 통화를 마치고 서점에 도착하니 “70년 된 전화기를 사용하고 있어서…”라며 수줍게 웃는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달빛서림은 70년 된 전화기처럼 얻어 오고, 주워 오고, 물려받은 것들로 꾸며진 서점이다. 더운 여름에도 에어컨은 틀지 않는다. 대신 ‘사랑의 바람’, ‘용기의 바람’이라는 이름표가 적힌 낡은 선풍기 두 대가 열심히 바람을 뿜어낸다.
10년간 세계를 여행하다가 어릴 적 살던 제주로 다시 돌아왔다는 사장님은 제주의 자연을 위해 아껴 쓰고, 고쳐 쓴다. 이렇게 예쁜 마음으로 제주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구나. 서점을 나온 뒤 제주의 푸른 자연이 다시 보였다.
서재경
Instagram @moonlightbook_forest
밤과 음악과 빈티지가 있는 마당
선셋봉고
+ 제주 북카페 ‘바라나시책골목’ 사장님의 추천
“선셋봉고에는 애써 포장하거나 꾸미지 않은 순간들이 있어요. 마당잔치에 가서 밤과 불과 하나 되어 춤을 추었는데, 마음의 묵은 때가 씻겨 나갔죠.” 뮤지션 태히언과 그의 아내가 함께 만든 ‘선셋봉고’ 이야기다.
마당에는 하늘을 닮은 컨테이너 박스 하나. 제주의 자연을 생각해 폐자재를 업사이클링해 바닥부터 천장까지 일일이 다듬어 만들었다. 직접 볶은 원두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도 팔지만, 카페는 아니다. 부부의 취향이 집약된 쇼룸이자 작업실, 공연장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에 가깝다.
남편이 직접 고른 중고 LP판, 아내가 좋아하는 빈티지 옷과 소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지루해질 틈이 없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1년에 4번 정도 열리는 ‘선셋마당 라이브’로,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다.
모닥불 앞에서 어른들은 여유롭게 맥주를 마시고,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뛰어다니는 밤. 11월 잠시 휴식 후, 내년 초 평대리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다.
권혜은
Instagram @sunsetbongo
제주엔 없을 줄 알았던 제주다운 북카페
유람위드북스
+ 제주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강주영의 추천
도시는 지긋지긋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실은 이곳을 떠날 자신이 없다. 책, 커피 그리고 카페 없이 과연 내가 살 수 있을까? 한경면 조수리에 위치한 북카페 ‘유람위드북스’는 나와 같은 고민이 있는 제주 이주민들에겐 구세주와 같은 곳이다.
일단 책이 많고(만화책도 책장 가득 있다!) 직접 볶은 원두로 내리는 커피가 맛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공간에 머무르는 이들의 방문 목적이 비슷하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가만히 책을 읽거나, 구석에서 낮잠을 잔다.
하나 더! 단골손님(아마도 제주 서쪽 어딘가에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의 요청에 따라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엔 심야 책방으로 운영된다. 여담이지만 카페 바깥에 유독 의자가 많이 놓여 있어 이유를 물어봤더니, 조수리는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 지나가다 쉬어 가시라고 가져다 놓았다고. 이런 얘기까지 듣고 나니, 제주의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조화롭게 존재하는 이 공간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한 움큼 늘었다
김혜원
Instagram @youram_with_books
EDITOR 김신지 김혜원 권혜은 서재경 suhjk@univ.me
PHOTOGRAPHER 김윤희 studio AL, 김신지,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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