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지는 바다에서 마시는 맥주
금능반지하
+ 계절마다 제주로 떠나는 김혜원 에디터의 추천
해 질 무렵 맥주 한 잔을 들고 바닷바람에 삭은 나무 의자에 앉았다. 멀리 비양도 위로 노을에 물든 구름들이 흘러가고, 간간이 그 위로 비행기가 지나갔다. 넋 놓고 노을을 바라보고 있을 때 마당 위로 드리운 전구에 깜빡깜빡 불이 들어왔다. 여행을 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아, 내가 이 풍경을 보려고 여기 왔구나 싶어지는. 금능반지하가 그랬다. 바다, 노을, 맥주가 이루는 완벽한 풍경을 선사하는 곳.
손님으로 왔다가 원래 주인으로부터 이어받아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장님의 사연도 어쩐지 제주답다고 여겨졌다. 인스타그램에 운영 시간을 ‘11시에 열고, 졸리면 닫아요’라고 걸어둔 것도. 이 자리와 분위기를 너무 좋아한다는 사장님은, 오래 하고 싶은 만큼 무리하면 안 좋을 것 같아 그런 방침을 정했다고.
어떤 손님이 왔으면 좋겠어요? 라는 물음에 그의 답은 이랬다. “이곳 금능을 좋아하고, 오래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단 한 번의 방문에 이곳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게 된 손님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김신지
instagram @b1jeju
내 친구의 집은 여기인가?
아일랜드 조르바
+ 제주 정착 6년 차 도민 신부녕의 추천
‘전국구 인맥’을 가진 사람들이 늘 부러웠다. 어딜 가도 아는 사람이 있고, 놀러 가 쉴 곳이 있으니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서울에서 태어나 고만고만한 동네에서 만날 보는 애들하고만 노는 나는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가 많지 않다. “제주도 친구네 집에서 좀 쉬다 오려고….” 이런 식의 여행은 항상 그림의 떡이었다.
그런데 이번 제주 여행에서 내 친구의 집을 발견했다…! 카페 ‘아일랜드 조르바’다(※사장님이랑 친구인 건 아님). “일단 커피와 짜이가 너무 맛있고, 음악 선곡이 훌륭하고… 무엇보다 가면 마음이 편해요. 제주에 살면서 친했지만 연락이 서서히 끊긴 친구가 많은데, 이곳은 그 어떤 친구보다 오래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로컬의 진심 어린 추천을 듣고 궁금했었다. 일단 살림집을 개조해 만든 외관부터 친구의 집처럼 친근한 느낌!
사장님이 손수 담은 뎅유자청을 넣은 에이드를 꿀꺽꿀꺽 마시며 책장에 꽂힌 책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취향 좋은 친구네 집을 둘러보는 기분이 났다. 2년 전쯤 <수요 미식회>에 소개돼 한동안 북적였으나 요즘엔 사장님 혼자 가게를 보실 만큼 여유로워졌다고. 제주에 가면 진짜 친구의 집 가듯 부담 없이 들러보시길.
서재경
blog https://blog.naver.com/islandzorba
귤밭이 내다보이는 평상에 앉아
카페 148
+ 제주 ‘벼리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추천
“원래 감귤밭이었는데 그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카페를 지어서 운영하는 곳이에요.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제주의 시골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담백한 추천사를 듣고 찾아갔더니, 정말 귤밭 옆에 카페가 있다. “귤이 있어야 제주죠.” 관리가 까다로운 청귤밭을 왜 그대로 두었냐는 질문에 돌아온 사장님의 답이다. 원래 귤 창고로 쓰이던 곳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개조했다. 조용하고 누구나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그 바람대로 동네 어르신들도 “뭐 팜수과(팔아요)?” 하며 들렀다 가신다. 책 한 권을 가져와 하루 종일 읽고 가는 주민도 있고, 올레길을 걷던 여행자들이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가기도 한다. 풋풋한 여름 청귤을 따서 담근 청귤차와 노랗게 익은 가을 귤로 담근 귤차가 정취를 더한다. 귤밭이 내다보이는 평상에 앉아 차를 마시다 보면 제주를 떠나기 싫은 아쉬움이 짙어질 것이다.
권혜은
Instagram @cafe.148
제주의 허파에 자리한 사색 명소
카페 동백
+ 송당리 책방 ‘달빛서림’ 사장님의 추천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는다. 화장실엔 ‘제주도 자연을 사랑하시죠? 휴지를 뜯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주세요’란 문구가 적혀 있다. 제주도의 허파, 동백동산 근처에 자리한 ‘카페 동백’은 휴지 한 칸도 곱씹어 보고 쓰게 만드는 곳이다.
서울살이를 뒤로하고 제주로 내려온 부부는 카페 동백을 열기 전부터 제주의 자연과 함께하는 법에 대해 고민했다. 으리으리한 카페 대신 풍경과 어울리는 소박한 외관의 카페를 짓고, 일 년간 ‘자연 농법’도 배웠다고. 이따금씩 ‘파머스 마켓’을 열어 농부들이 자연 농법으로 수확한 농산물을 팔 수 있게 돕기도 한다.
밀레의 <이삭줍기>에 나올 법한 풍경이 드리워진 커다란 통창 덕에 인스타그램 ‘성지’로 등극한 곳이지만, 창문에서 눈을 떼면 단순히 예쁜 카페 이상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밖에선 새가 지저귀고, 밤엔 반딧불이가 보이는 곳. 제주의 자연을 사색하기에 이보다 더 훌륭한 곳이 있을까.
서재경
Instagram @space_dongbaek
EDITOR 김신지 김혜원 권혜은 서재경 suhjk@univ.me
PHOTOGRAPHER 김윤희 studio AL, 김신지,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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