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인 친구들이 동생을 갖고 싶단 얘기를 할 때면, 어린 나이에도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푹푹 쉬던 날들이 있었다. “동생? 하나도 안 좋아. 내 옷도 몰래 입고, 맛있는 것도 먼저 먹는다고!” 내 나이 열 살. 당시 삼 년 터울의 여동생은 골칫덩어리였으니, 동생이 하나 더 태어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착잡하기까지 했다. 또 얼마만큼의 사랑을 빼앗기고, 몇 개의 장난감을 더 양보해야 할지 안 봐도 훤했기 때문.
게다가 할머니의 남아선호 탓에 이번엔 꼭 남자아이였으면 좋겠다는 부모님의 얘길 들을 때면 우울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엄만 (나를 제외한) 가족의 바람대로 아들을 낳았고, 그 애는 아홉 살 터울의 내 남동생이 됐다.
셋째가 나오자마자 부모님은 일을 하나씩 더 늘리셨고, 갓 태어난 핏덩이를 돌보는 일은 자연스레 내 몫이 됐다. 괜히 할 일만 늘어난 것 같아 막둥이 녀석이 미워지려 했으나…! 포대기에 쏙 싸여 있는 동생은 당황스럽게도 너무 깜찍했다. 포동포동한 볼 살에, 손가락을 펼 힘도 없어 꼭 쥔 동그란 손, 내 손가락만 한 발, 낙타가 울고 갈 긴 속눈썹까지. 아빠 품에 안겨 고이 잠든 막내를 봤을 때의 첫 느낌이 생생하다.
그때부터 콩깍지가 단단히 씐 건진 모르겠지만, 난 살아 있는 ‘다마고치’를 키우는 느낌으로 동생에게 푹 빠졌다. 그 재미있다는 <테일즈런너>도 멀리하고 학교를 마치자마자 동생을 보러 달려갔다. 친구들과 피자를 먹는 대신 동생을 안고 분유를 먹이는 게, 빅뱅 노래보다 옹알이를 듣는 게 좋았으니 ‘아이를 낳는다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했다(내가 14살이었다는 게 함정). 점점 나를 따르는 남동생을 보니 처음으로 가족에 애착도 생겼다. 우리 집은 TV에 나오는 가족처럼 살갑지 않아서, 항상 멀어지고 싶은 관계였는데….
그랬던 아기(?)가 벌써 중학교에 입학했다. 올해 초 학교를 배정받곤 “늙은이 선배야! 나 누나랑 같은 중학교야”라는 카톡이 왔다. ‘얘가 벌써 카톡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군….’ 이라며 한 번, 중학교 생활은 어떠냐는 물음에 “걱정 마. 난 인싸야”라는 대답에 두 번 놀랐다.
내 눈엔 아직도 열 살짜리 동생으로 보이는데. 최근엔 집에 내려가 학원을 마친 동생을 보고 “웅쓰!”라고 불렀는데(‘지웅’의 ‘웅’을 따서) 남동생은 쑥스럽게 다가와 이렇게 속삭였다. “애들 앞에선 웅쓰라고 부르지 마.” 충격이다. 이젠 공공연히 애칭을 부를 수도 없다니…. 사춘기 자녀를 보는 부모님의 심정이 이런 걸까.
그제는 문과를 갈 거라며 연락이 왔는데, “그럼 나처럼 거지가 될 거야”라고 쓰다 지우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로 바꿨다. 그래, 극성맞은 누나는 되지 말아야지. 여친이 생겨 프사를 바꿔도 질투하지 말아야지…. 부모님께 물려받을 재산은 없지만, 어느덧 내 키를 따라잡은 막둥이를 보고 있노라면 금수저 부럽지 않다(아냐, 사실 조금 부럽다). 방학마다 집에 내려가는 가장 큰 이유인 막둥이 웅쓰. 미안하지만, 난 네가 할아버지가 되어도 웅쓰라고 부를 거야.
P.S. 물론 둘째도 좋다. 내 맘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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