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애들한테 핀잔주는 데 도사인 젊은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너는 그래서 안 되는 거야”, “한심한 것들”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때리기도 많이 때렸다. 숙제를 안 한다고 때렸고,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때렸다.

 

아무리 봐도 ‘이게 다 너희 잘 되라고’ 식의 태도라고 하기엔 너무 과했다. 기분이 나빠 보이는 날에는 말과 행동에 감정이 실렸다. 친구들은 모두 입을 모아서 그 선생님 욕을 했다. 어른이란 게 어떤 건지 잘은 몰랐지만, 이런 사람이 존경할 만한 ‘진짜 어른’이 아닌 줄은 알았다.

 

스무 살이 된다는 것은, 나를 본인과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 이런 ‘가짜 어른’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도 이제 어른이니까. 더는 누구 밑에 있는 게 아닌 그 자체로 존중받는 존재이길 바랐다.

 

선배들과의 첫 만남에서 서로 존댓말을 쓰는 분위기가 참 좋았다. 말을 놓기 전에 허락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제야 어른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기대처럼 되진 않았다. 가짜 어른들은 가까이에 있었다.

 

당신과 내가 똑같은 사람이란 것을 잊은 사람들. 소모임 홈커밍에 와서 선배 대접을 받아보겠다고 후배들에게 무례하게 굴던 사람들이 있었다. 선배라는 이유로 모든 후배들이 자신의 뜻대로 하는 것이 맞다고, 자신을 당연히 따라야만 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술자리가 파하고 밖으로 나가는 후배들에게 자기들 짐을 갖고 나오지 않았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선배들이었다. “선배 짐은 당연히 후배들이 챙겨야지, 안 챙기면 맞아야지.” 이런 말까지 들려왔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존중으로 가득 차 있을 거라 생각했던 ‘어른의 삶’에 대한 기대를 부숴놓았다. 현실을 알아버렸다. 스무 살이 넘었더라도 누군가는 나를 발밑에 있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심심하면 나타나는 가짜 어른들을 보며 환멸만 늘어갔다.

 

이렇게 많은 가짜 어른들이 있다면, 내가 생각했던 진짜 어른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가짜 어른들을 보며 ‘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생각은 했지만, 생각해왔던 진짜 어른의 모습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사람은 주변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른에 대한 기대는 없어지고 무기력해질 때쯤, 형을 만나게 된다. 학교 잡지사에 신입 기자로 들어온 형. 형이 처음 들어왔을 때 잡지사 사정이 어려웠다. 한 달에 한 번 잡지를 내야 하는 잡지사의 특성상 일의 강도가 꽤 높아서 한 학기가 지나면 사람들이 많이 나갔다.

 

그런데 그 학기에는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나가서, 학기 초반에 들어왔던 사람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나가버리는 일이 생겼다. 남아있게 된 형과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하루는 너무 막막해서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형을 불러내서 하소연했다. 우린 이제 망한 게 분명하다면서.

 

어떻게 해야 되냐고, 그냥 포기할까, 이런 식의 말을 하고 있을 때, 형이 날 다독였다. 하나씩 다시 맞춰 가면 된다. 네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렇게 말해주는 게 참 고마웠다. 깨진 멘탈 겨우 부여잡고 집에 가는 길에도 걱정 말고 잠이나 자라며 전화를 해줬던 사람이기도 했었다.

 

포기한 사람이 이미 너무나 많은, 누가 봐도 뻔히 힘든 상황인데도 여전히 남을 다독일 수 있는 형이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 위기를 대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형이 어른스러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타인과 의견을 나누는 방식이 세련된 사람이었다.

 

회의를 할 때 자신과 다른 생각들을 마냥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포용하고 더 많은 생각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한 번도 “내가 더 살아봐서 아는데, 이 말이 진짜 맞을 것 같다”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더불어 항상 호들갑스럽게 칭찬을 곁들이는 사람이었다. 모두를 너무 존경한다고. 형이 하기엔 참 오글거리는 말도 저렇게 해줬으니. 어떻게 미워할 수가 있었을까. 그래서 난 이 ‘어른’을 존경하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따라오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따라오게 만드는 사람이라서 고마웠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으니, 당연히 형의 말의 가치는 높아졌다. 강요하거나, 나이로 찍어 누르지 않아도 형 말이라면 귀담아들었다.

 

덕분에 잡지사 최악의 인력난을 잘 버텨냈고, 그 후에도 항상 기쁘게 형을 만나러 갔던 것 같다. 스무 살만 넘었다 뿐인 가짜 어른들에게 없는 게 하나 있다면 ‘그 자체로 존경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나를 따르라!” 외치지 않고도 그 자체로 따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어른의 품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말은 거창해 보여도, 사실 별 건가 싶다. 타인에게 엄청난 깨달음이나 영감을 줄 필요는 없다. 그저 본인과 남들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 그게 전부라고 생각한다.

 

억지로 따르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더 나이 많은 어른이니까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말했던 사람들에게, 진짜 어른이면 제가 알아서 존경해드릴 테니 강요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기획기사- 좋은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꼴랑 한 살 많으면서 대접 운운하는 어린 꼰대, 요즘 애들은 이래서 안 된다며 혀만 차는 가짜 어른 말고. 진짜 좋은 어른을 만난 이들에게, ‘내 인생의 어른’ 이야기를 들어봤다.

 

[좋은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어른은 말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거야

 

[좋은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좋은 어른은 영화 속에만 있어

 

[좋은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나의 사랑하는 스승에 대하여

 


[880호 – Special]

Campus Editor 김종혁 hwaseen@gmail.com

Photographer 김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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