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모인 술자리에서 사람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과, 굳이 입을 열지 않는 사람. 비슷한 말로 내부자와 국외자,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 다수와 소수, 주류와 비주류 등이 있다.

전자는 높은 볼륨으로 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후자는 그것에 반응하거나 반응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것에 의의를 둔다. 주로 전자의 의견은 ‘맞는 말’로 끝맺음되고, 후자의 의견은 다수의 기억 속에서 쉽게 ‘휘발’되어 버린다. 이 지긋한 레퍼토리가 반복되다 보면, 후자는 차라리 자신의 음을 소거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다수가, 큰 목소리가 늘 옳아서 침묵하는 게 아니라는 것.

‘무음 모드’를 유지한 채 주류가 흘러가는 방향에 무던히 섞여 살아가면서도, 그 안에서 나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6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 없다’고 쉽게 단정 짓기는 금물. 들리지 않기에 보이지도 않는 목소리가 있음을 기억하며 페이지를 넘겨보자. 어디에나 있고, 또 어디에도 없는 목소리의 형태를 찾아서.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대체 어디로?

남초 대학의 여자 공대생, L씨

 

저는 공대생이에요. 여자가 공대에 다닌다고 하면 우리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죠. ‘공대 아름이.’ 대학에 합격했을 때부터 주위에서 말이 많았어요. ‘공대 아름이라 좋겠다’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부터, ‘여자는 체력이 약해서 공대에서 적응하기 힘들다’는 악담까지. 사실 그런 말들에는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흔하게 들어왔던 말이니까요. 그렇게 성비 8:2, 남초 사회의 일원이 됐습니다.

 

축구 동아리 뒤풀이에 여자 매니저가 참석해야 하는 이유

입학 후 축구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당연히 축구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자는 선수로 활동할 수 없대요. 제게 주어진 역할은 ‘매니저’, 하프타임에 남자 선수들에게 물을 건네주는 게 다였어요. 한 번은 같은 과 남자 동기가 매니저들에게 경기 뒤풀이에 참석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한 적이 있어요. 경기에 진 날 뒤풀이에 여자애들이 없으면 분위기가 험악해진다나.

 

세상에 2018년 캠퍼스에서 그런 소릴 들을 줄이야. 동아리에 필요한 건 매니저가 아니라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풀어줄 여자였어요. 기분이 나빴지만 딱히 티를 낼 수 없었어요. 모두가 그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거든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악습에 제동을 걸 용기가 없었어요. ‘홍보 포스터에 ‘매니저 환영’이라고 크게 써 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후회하며 동아리를 그만둬버렸죠.

 

갑분싸가 두려워 말 못 하는 것

어느 날은 전공 교수님이 수업 중간에 여학생들에게 “문제 푸는 거 중요하지 않아~ 이런 거 할 시간에 남자친구 부모님이나 뵙고 와”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순간 화가 났지만 문제 제기할 용기가 없어서 가만히 있었고, 수업은 그대로 잘 진행됐어요. 여자는 학업 대신 결혼. 사실 이제는 별 타격이 안 될 정도로 흔히 듣는 말이에요.

산업 쪽이든 연구원 쪽이든 어차피 여자라서 잘 못 하고, 여자라서 오래 못 한다는 거죠. 그런 말을 들어도 다들 대강 웃어넘겨요. 저는 제 생각을 말하면 갑자기 분위기 싸하게 만드는 걸까봐 입을 다물고요.

 

한번은 자기들끼리 페미니즘을 논하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지” 하는 걸 들었어요. 대체 어디로 떠나라는 걸까요. 졸업한다고 해서 편견과 차별이 없어질까요? 아닐 거예요. 캠퍼스에선 그런 교수가 계속 강의를 하고 있고, 그 밑에서 배운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 똑같은 소릴 할 테니까요. 학교에 가면 매 순간 하지 못한 말이 입가를 맴돕니다. “공대 아름이 대접은 필요 없으니까. 성차별이나 좀 하지 마. 너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처럼, 나도 내 능력을 존중받고 내 선택을 존중 받길 바라.”

 

 

# [대학생이 아닌 20대 이야기] 대학은 안 갔고요, 회사 다닙니다
# [채식주의자 이야기] 내가 채식하는 걸 네가 굳이 이해할 필욘 없어
# [비연애주의자 이야기] 내 연애는 내가 알아서 할게
# [만학도 이야기] 내가 만학도라고 해서 호들갑 떨지 말아줘
# [공익 이야기] 멀쩡해 보이는데 왜 공익이냐면요


[847호 – special]

Intern 최은유

학생 에디터 김은지 문소정 정다빈

Illustrator 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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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출신 대학내일 표지모델에게 카메라를 하나 쥐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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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아름이? 됐고 성차별이나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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