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인마 스무 살이 됐으면 술 먹고도 널 책임질 줄 알아야지.” 대학교 첫 OT이자 나의 첫 술자리. 인문대 회장 형이 만취한 나를 다그쳤다. 이에 나는 송구스러운 마음을 담아 이렇게 대꾸했더랬다. “야! 나… 나 여롸홉 살이야! 나 빠른이라고오!” 그러고 나서 구토를 몇 번 했고, 욕설도 뱉었으며 가정사를 읊으며 눈물도 흘린 것 같다.

 

다음 날 비릿한 위산의 향을 머금고 눈을 떴을 때 문득 생각했다. 자퇴할까? 이렇게 나는 개강 첫날부터 ‘인문대의 개’로 불리게 되었다. OT가 남긴 첫 음주의 날카로운 추억으로 인해 금주를 선언하고 다시는 입에 술을 대지 않았을 리가 만무, 나는 그 후로도 인문대의 개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데 내 간은 ‘주인 놈아 그만 좀 마셔라!’ 하고 매일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술자리의 이유는 다양했다. 매주 학생회 모임이 있었다. 동아리 뒤풀이도 매주 있었다. 수시 모임 동기들끼리는 2주에 한 번꼴로 술을 마셨고, 그냥 많이 마셨다. 술자리가 잦은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폭음이 잦았던 것이 문제였지….

 

 

내 인생 가장 큰 만취 사건을 고백해보겠다. 바야흐로 2009년 이태원, 대학 동기들과 이국의 정취에 젖고 술에도 젖고 하는 날이었다. 새벽 1시까지 술을 마셨고, 블로그 검색을 통해 찾은 힙하고 핫하다는 클럽으로 향했다. 원 프리드링크로 촉촉하게 목을 적신 나는 본격적으로 흔들어볼까 하는 찰나에 응급실에서 눈을 떴다.

 

응? 나는 분명 어제 블랙러시안을 먹고 있었는데 눈 떠보니 수액을 맞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인가 싶어 폰을 꺼내보려는데 폰도 없었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눈빛을 보내니 간호사 선생님이 다가와 남사스럽다는 표정으로 “새벽 3시쯤 내원하셨고, 이태원 골목에서 쓰러져 계셨다고 하네요.” 하고 작게 말했다.

 

아마도 보도블럭을 목침삼아 자고 있는 나를 맘씨 좋은 행인께서 친히 구해주신 것 같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염라대왕님 앞에서 눈을 떴겠지. 훗날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화장실 간다던 내가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한다. 이태원이 남긴 첫 클럽의 날카로운 추억으로 인해 이번에는 진짜 금주를 선언하고 다시는 입에 술을 대지 않았을 리가 만무, 대학 시절 내내 나는 한결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왜 이기지도 못할 술독에 빠져살았던 것일까. 대학의 술자리는 like 인싸들의 계모임. 지나친 음주는 능력, 술자리 인맥은 권력이다. 내 대학 생활도 그랬다. 술자리에서 만난 잘나가는 선배는 나의 마패였고, 까마득한 후배와 잔을 섞는 것은 나의 젊음이었다.

 

 

고로 나는 술자리에 빠지는 것이 불안했다. 심지어 술 실수마저 나를 골 때리고 재밌는 애로 만들어 주었으니 대학은 얼마나 술에 관대했고, 술이 중요했던 것인가(물론 내가 제일 큰 문제였다). 써놓고도 찌질한 말들뿐이지만 정말 그랬다. 이렇게 착실한 음주를 통해 나는 뛰어난 랜덤 게임 실력과, 졸업하면 연락도 안 할 선후배 그리고 2.9의 학점을 얻었다.

 

내가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모두가 ‘전날 술 마셨겠거니’ 생각하게 되었고, 엄마는 나를 내놓은 자식이라 칭했다. 흑역사는 너무도 많아 읊조리면 판소리인데 판소리 조금 해보자면… 여자친구를 전 여자친구 이름으로 잘못 불러 매화수 병으로 맞고 헤어진 것, 한 여름에 놀이터에서 잠들어 모기 밥이 된 것, 길거리에서 잠들어 경찰서에 주취자로 잡혀간 것 정도다, 얼쑤! 지금까지도 이 판소리는 다양한 버전으로 지인들에 의해 10년 넘도록 구전되고 있다.

 

대학 생활 추억을 꺼내볼 때 술밖에 나오지 않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왜 나는 진즉 더러운 술버릇을 버리지 못했을까. ‘술 말고 더 건설적인 일을 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나는 말할 자격이 없다. 인문대의 개에서 대학내일의 개로 거듭났고, 얼마 전엔 술 먹고 팀장님 뺨을 때렸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 말이 더 와 닿겠다. ‘대학 때부터 그렇게 마시면 제 버릇 개 못 주고 나 같은 서른 살이 되니 자제하도록.’

 

강민상 / 1차 고기, 2차는 해물, 3차는 경찰서


[841호 – special] 

Intern 최은유

Illustrator 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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