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새내기 때 세상에서 가장 귀가 얇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거절 못하는 병도 앓고 있어서 거의 강제로 예스맨 행세를 해야 했다. 덕분에 성격 좋은 새내기 코스프레를 톡톡히 할 수 있었지만 선배들의 이런저런 권유에 시달렸다.

 

그렇게 팔랑귀 예스맨은 입학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선배들의 권유로 단과대 학생회 집행부 활동을 하게 되었다. 불행의 시작. 그때부터 나도 망했고, 내 대학 생활은 더 망해버렸다…. 학생회 활동을 했던 2년은 회의와 행사, 선배들이 참여하는 교외 활동과 캠페인, 선거 활동의 연속이었다.

 

팔자에 없는 아침 등교를 할 때가 있었고, 아예 집에 들어가지 못한 날도 여럿이었다.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휘몰아치는 행사들 때문에 고3 때 설레는 맘으로 적어둔 위시리스트는 봉인되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학생회 사람들과 술 먹고 밥 먹느라 친한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것도 어려웠다. 물론 학점도 깔끔하게 말아먹었다.

 

 

진짜 비극은 2학년에 올라가 시작되었다. 어느 날 돈가스를 먹자며 불러낸 선배는 내게 학과 학생회로도 활동해볼 것을 제안했다. 먹던 돈가스가 돼지로 변해 올라올 뻔했다. 단과대 집행부를 이미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과 생활에 지칠 대로 지쳐 과방 건물 쪽으로는 잘 때 머리조차 두고 싶지 않았다.

 

나름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이후에도 여러 명의 학생회 선배들을 번갈아 가며 만나야 했다. 어떤 선배는 맛있는 음식을 사 주었고, 어떤 선배는 책임감 운운하며 짜증까지 냈다. 제안이 강압이 되어간다는 걸 눈치챘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대단한 팔랑귀였다. 거절했을 때 나빠질 나의 ‘착한’ 이미지가 걱정되기도 했다.

 

결국 단과대 학생회와 과 학생회를 병행하게 된 주인공은? 나야 나…! 신입생 OT로 바쁜 시기에 두 학생회 일을 병행하기 위해선 계속 밤을 새워야 했다. 모두가 행복한 방학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시간을 뺏기는 피로감은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정작 내게 ‘제안’했던 선배들은 언제나 준비를 소홀히 했다.

 

책임감 똥 준 듯한 태도를 보며 2년 묵은 본성이 점점 고개를 들었다. 행사에서 크고 작은 실수들이 생길 때마다 올라오는 혈압을 주체할 수 없었고, 난 점차 짜증 대마왕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해결되지 않는 갈등을 겪으며 그제야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곧 어마어마한 현타가 몰려왔다.

 

 

또 다시 밤을 새워 일하던 어느 날 새벽 4시, 과 개강 행사 준비 목록을 체크하던 나는 하루라도 빨리 이것을 때려치우리라 다짐했다. 나를 배려하고 생각해주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이기 때문에! 그렇게 단과대 학생회에만 남기로 하고, 과 학생회를 박차고 나왔다.

 

마음 같아선 나 몰라라 칠렐레 팔렐레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약속한 행사까진 모두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대학 인간관계는 파탄 났고, 크고 작은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래도 그 뒷담화들 덕분에 수명은 늘어났을지도 모른다. 무병장수할 수 있을지어다, 깔깔깔. 그때부터 하고 싶은 것들만 하며 짜릿하고 새로운 대학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물론 가끔씩 억지로 하기 싫은 것들을 이어가며 허비했던 2년이 아쉬워지곤 한다. 그래도 후회는 금물. 얼마 남지 않은 대학 생활을 마저 불살라볼 생각이다. 아직도 나를 곱지 않게 보는 눈들이 있지만 이젠 그마저도 즐거워서 쌈바 춤을 출 수 있을 지경이다. 하고 싶은 것만 누리는 자유가 넘나 달콤하기 때문에! 그러니 여러분, 부디 선배의 제안은 선택적으로만 골라 듣고 ‘개썅마이웨이’ 하시라.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 최고다!

 

팔랑귀 / 그래도 지금은 하고 싶은 것만 합니다


[841호 – special] 

Intern 최은유

Illustrator 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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