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에 삼십. 돈 한 푼 없으면서 자취는 하고 싶어 부모님께 갖은 생떼를 부리던 지난 시절의 나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방이었습니다. 내 커다란 풍채를 아늑히 감싸줄 드넓은 평수 덕에 매 순간이 행복했죠. 그러나 행복의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하던 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저는 인주 묻은 도장을 그의 이마에 콕 찍어버리고 도망칠 겁니다. 네. 저는 지금 역사적인 첫 자취의 끝자락에서 지난한 사투를 벌이고 있어요. 어느 날 수도가 동파되어 집에 물난리가 난 것이 문제의 ‘시~ 발~ 점’.

 

대한민국에 찾아온 이례적인 한파의 위력은 역시나 제 첫 자취방도 피해 갈 수 없었거든요. 하필 나의 러블리 해피 하우스에 이런 봉변이…. 무릎을 꿇고 엉엉 울고 싶은데 바짓단이 다 젖어 차마 그럴 수는 없었어요. 그러나 대자연 앞에서 나약해지는 인간처럼, 저는 임대인 밑에서 아무런 힘 못 쓰는 임차인 신세였죠.

 

 

그는 선심 쓰는 척 ‘천재지변’인 것을 고려한다며 배관 수리비의 절반만을 저와 룸메이트에게 요구했습니다. 보일러 온도를 충분히 높여놓은 다른 집은 괜찮은데, 우리 집만 보일러를 외출로 해놔서 동파가 되었다며 책임을 지라네요. 없는 살림에 난방비 좀 아껴보겠다고 한 행동이 잘못이라면 잘못인 건가 싶어 일단은 수리비의 반을 물어주기로 했어요.

 

공사 기간에는 그 방에 살 수 없어 이미 낸 월세를 돌려받아야 했는데, 차라리 그것을 받지 않고 그 돈으로 수리를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집주인은 조금 고민하다 학생들과 미래의 정(情)을 남겨놓는 의미로 ‘오케이’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태세 전환은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가 되어서야 시작됐습니다.

 

지난 설 인사와 함께 보증금 반환에 관해 문자를 보내자 그동안 자신이 너무 힘들었고, 매일 젖은 장판을 말리느라 고된 나날을 보냈다는 답이 돌아온 것이죠. 본인의 마음을 잘 몰라줘서 뾰로통한 것 같은 그를 보며 지금 내가 썸 타고 있는 건가?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정신을 다잡고 보증금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수도 동파로 인해 또 다른 문제들이 하나둘 생겨났기 때문에 장판, 벽지, 침대 다리, 옷장, 그리고 ‘배관’ 수리비까지 우리가 어느 정도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을 혼자 내리고는 말을 돌렸습니다. 아니, 다른 건 몰라도 배관 수리비에 관해서는 나름 훈훈한 결말을 지었다고 생각했는데요.

 

 

정말 돈을 더 내라는 건가 싶어 의아해하니 집주인은 불쑥 계약서를 내밀었습니다. 여타 다른 계약서와 같이 문제의 책임은 당연히 ‘임차인’에게 있었죠. 하지만 이미 수리비용을 월세로 대신하겠다는 쌍방 구두 합의가 있었는데 계약서로 돌아가자니, 정말이지 ‘개꿀잼몰카’가 아닐 수 없었어요.

 

“이미 합의가 끝났는데 배관 수리비를 또 내야 하는 건가요?” 재차 물었더니, 그제야 본색을 드러내더군요. “죄송하다고 하지는 못할망정 계속 따지고 드는 것이 너무 괘씸하다”, “사람이 돼라”는 등 온갖 모욕적인 언사와 더불어 비용을 더 청구하고 싶다는 협박까지 퍼부었습니다.

 

그렇게나 ‘정’을 강조하던 ‘어르신’은 그 어디에도 없었지요. 결국 계약 기간은 끝났고, 보증금은 아직까지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내일 정산 요청 금액을 통지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집주인과의 대화는 일단락되었죠. 가난한 학생을 상대로 보증금을 떼어먹는 나쁜 어른 덕에 나의 첫 자취는 사회의 쓴맛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자취를 시작할 때 받은 용돈 봉투에 쓰여 있던 ‘아들의 첫 독립을 축하하며!’라는 문구가 눈앞에 번집니다. 성인이 됐지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아직 낯설고 외롭기만 해요. 하마터면 홀로 서기도 전에 주저앉을 뻔했죠.

 

하루가 멀다고 변덕을 부리는 집주인과 대화를 잘 이어나가는 것이 어쩌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대사회를 맞이하는 참 수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물론 끝까지 힘내서 보증금은 돌려받을 겁니다. 이 글이 읽히고 있는 순간 내 보증금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내 첫 자취방… 사랑했다….

 

김현수 / 집주인과 분쟁 중 


[841호 – special] 

Intern 최은유

Illustrator 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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