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고래는 칭찬에 춤을 췄을까?

임현경 / 네 맘대로 던지는 칭찬을 싫어합니다.

 

이 책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시절, 하루에도 몇 번씩 다음과 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 음, 과연…? 고래는 칭찬을 바란 적도 없는데 바다를 자유로이 유영하던 고래에게 무작정 칭찬을 해댄 뒤, 좋아서 춤을 춘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거라면?

 

실제론 몸서리치는 고래의 모습을 멋대로 춤이라 속단한 것일지도 모른다. “넌 참 매력이 많은 것 같아. 쌍꺼풀만 있었어도 사귀자고 했을 거야.” 적당히 친했던 선배가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내게 칭찬이랍시고, 그것도 맨 정신에 뱉었던 말이다. 그의 표정은 정말 진지했다.

 

쌍꺼풀 수술을 한다 해도 선배와는 사귀지 않을 거라 응수하자, 그는 기분 좋으라고 ‘칭찬’했을 뿐인데 무안하게 왜 그러냐며 손사래 쳤다. 만약 내가 “선배랑 사귀고 싶으면 뭘 해야 하나요?” 절실하게 물었다면 그의 대답을 감사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선배에게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았으니, 그의 칭찬은 사실상 일방적인 평가에 불과했다. 그가 그토록 생각해주었다던 내 기분은 시궁창에 처박혀버렸다. 내 표정이 안 좋아지자 사람 말을 꼬아 듣는 게 문제네,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 하는 힐난이 뒤따랐다.

 

소모적인 말싸움 끝에 나는 융통성 없이 불편하고 진지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응당한 일침을 가했다는 듯, 그는 턱을 한껏 치켜들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듣는 이에게 모욕감을 주는 이 이상한 칭찬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언제 어디서든 발화된다. “살만 좀 빼면 진짜 예쁠 것 같아.” “의외로 글래머네.” “남자들이 좋아하겠어.”

 

 

거리, 학교, 아르바이트 장소 등 실생활에서 쉽게 오갈뿐더러 SNS, 커뮤니티, 인터넷 기사의 댓글은 말할 것도 없다. 칭찬으로 상처 입히는 입장은 한결같다. 다 듣기 좋으라고, 친해지기 위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다고들 한다. 뺨 때려놓곤 예뻐서 쓰다듬었다는 헛소리나 마찬가지다.

 

칭찬이라는 빛 좋은 단어 뒤에는 호의를 가장한 비하와 희롱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래서 거북하다. 정확히는 타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기준’을 통보하고, 상대방이 그에 맞춰 기뻐할 것이라 확신하는 오만이 싫다. 나의 칭찬이 다른 사람에게도 칭찬일 거라고 어떻게 그렇게 굳게 믿는 거지?

 

‘원치 않는 칭찬’ 따위엔 들을 의무도, 말할 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년엔 부디 서로가 서로를 함부로 칭찬하지 않기를, 보다 타자에게 조심스럽기를.


[839호 – issue]

intern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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