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없어요, 힙합과의 연결 고리
김유나 / 힙합을 싫어하지만 흥선대원군은 아닙니다.
“처음 봐 이런 몸매, 나는 Keith Ape처럼 매일 스쿼트 스쿼트 스쿼트 해.” <언프리티 랩스타2>에 나온 헤이즈의 랩 구절 중 하나다. 몇몇 아는 얼굴들이 나온다는 소리에 슬쩍 TV 채널을 맞춰보았다. ‘이제는 나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힘들었다.
“감당할 수 있어 이런 빅 사이즈”라는 랩과 함께 가슴을 부각시키는 동작도 거슬렸지만, 디스 배틀이라는 명목으로 상대방의 약점이나 전 남친을 이용한 악의적이고 모욕적인 랩들이 난무했다. 거세고 본능적이며 날것 그 자체인 말들을 예술로 받아들이는 참가자들의 반응이 놀라울 뿐이었다.
평소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힙합과 친해지기 위해 몇 번 시도했다. 시도의 끝에, 나는 힙합의 감성과 문화와 가까워지기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이 환호하는 래퍼들의 스웩이 내 눈에는 허세를 잘 포장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차트 1, 2위를 다투는 돈 자랑 명예 자랑을 듣고 있으면 ‘돈 많아서 좋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약자를 깔보고 혐오하는 가사에 “렛츠 기릿!”을 외치는 사람들은, 어쩌면 그런 말을 눈치 안 보고 막 뱉어대는 그들의 허세와 멋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기까지 했다. 내게 노래란 마음을 대신 불러주는 창 같은 존재였기에, 자랑과 비난, 성적 대상화로 점철된 가사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는 힙합을 싫어한다, 그렇게 결론 내리기로 했다. 문제는 내가 안 듣고 싶다고 안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쇼 미 더 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 래퍼> 등 힙합 예능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어딜 가도 힙합이 흘러나왔다. 후렴구가 중독적인 게 힙합의 장점이겠지만 나에게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후렴구를 불러대기 시작했으니까. 송민호의 ‘겁’이 인기 절정을 달릴 때는 겁의 기역만 나와도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며 아버지를 찾는 친구들 때문에 동공이 5조 5억 번쯤 흔들렸던 것 같다. 저건 또 뭐지.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이지….
하지만 그때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진 못했다. 힙합이 싫다고 하면 스웩 없는 ‘흥선대원군’쯤으로 매도되곤 했으니까. 그냥 남들처럼 손을 흔들며 적당히 맞춰주는 쪽을 택했다. 내 취향을 숨긴 채로. 아, 오해하진 말길 바란다. 힙합을 좋아하는 당신을 욕하는 게 아니다.
그런 음악 좋아하지 말라고 막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힙합과 연결고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내 바람은 별것 없다. 힙합을 좋아하는 당신이 큰소리로 환호할 수 있듯, 나도 큰 소리로‘힙합 싫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839호 – issue]
intern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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