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영화를 안 봅니다만?
이하영 / 진짜 영화를 싫어하는 겁니다. 오해 마세요.
잘 흘러가던 대화가 순식간에 단절될 때가 있다. 바로 이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영화 좋아하세요?” “아니요.” “아… 그러시구나….” 이런 대화가 오갈 때마다 괜히 민망해지는 건 나다. 다들 ‘네’라는 답이 돌아올 거라 생각하고 영화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가려는 찰나, 내가 ‘아니요’라고 내뱉어버렸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고, 상대는 내가 자신과 대화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나는 그저 솔직했을 뿐인데. 누군가는 말했다. “에이, 세상에 영화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영화가 얼마나 다양한데.” 그게 바로 나다, 나! 한 편의 영화를 보려면 평균 두 시간 정도를 자리에 앉아 스크린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다.
영화가 시작되고 출연자들의 이름이 뜰 때 ‘아, 이거 언제 다 보고 앉아 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뮤지컬이나 연극처럼 눈앞에서 실제로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콘서트처럼 화려한 효과나 음향이 준비된 것도 아니다. 단지 화면에서 나오는 영상과 스피커에서 나오는 빵빵한 소리를 보고 들으며 앉아 있는 것, 다들 정말 따분하지 않은 걸까?
난 팝콘이 있어야 그나마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던데. 짧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을 욱여넣기 위해 불가피하게 등장하는 ‘억지스러움’과 ‘뻔함’도 싫다. 초반엔 밑도 끝도 없이 웃긴 코미디 영화였다가 후반부엔 ‘사실 얘가 이렇게 행동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어~’ 하며 눈물샘을 자극한다든가, 너무 대놓고 복선이 될 무언가를 비추거나 티 나게 대사를 던지는 그런 장면들 말이다.
물론 그것들이 이야기 구성에 꼭 필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뻔히 눈에 보이는 전개와 결말을 바라보고 있기란 정말 힘들다. 하지만 영화의 파급력이란 어찌나 막강한지! 한 영화가 흥행하면 그 영화 속 인물의 대사가 유행어가 되어, TV 프로그램부터 일상 속 카톡까지 유행어로 가득 찬다.
이 속에서 나는 ‘대세’를 따르지 못하는 사람이 된 지 오래다. “아이 하니?” “뭐? 아이를 뭐 해…?” 그 즐거움에 동참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도 해봤다.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영화’를 보고 있어도 도대체 뭐가 재미있단 건지, 그저 좀이 쑤실 뿐이었다. 답은 하나인 것 같다.
난 영화랑 안 맞다. 영화가 싫다! 이렇게라도 속마음을 알릴 수 있어서 시원하다. 친구들아, 우리가 만나서 할 수 있는 일은 영화 말고도 많단다. 영화는 너네끼리 보고 제발 나랑은 다른 것 좀 하자!
[839호 – issue]
intern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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