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찬아 걱정 마 울어도 돼

김관유 / 산타는 싫어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은 꼭 받고 싶어 합니다

 

두꺼운 솜이불에 파묻혀 막 잠들려던 겨울밤, 어디선가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끼익, 끼익. 호기심을 버리지 못한 당신은 침대에서 나와 문틈으로 거실을 살핀다. 달그락. 어둠 속을 훑던 시선이 베란다에서 멈춘다. 막 난간을 넘어온 무언가가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거대한 몸을 가진… 낯선 사내다. 놀라 새어 나오는 숨소리. 뒤늦게 입을 틀어막아보지만 남자는 귀가 밝다.

 

이젠 그도 당신을 보고 있다. 호, 호, 호!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그의 이름은 산타클로스. 매년 성탄절마다 아이들을 들뜨게 만들던 그 할아버지를 어릴 적 나는 꽤 무서워했다. 보기 드문 체구에 알코올중독자처럼 붉은 코, 덥수룩한 수염까지. 그런 외국 노인이 한밤중에 몰래 집에 들어온다니.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크리스마스이브만 되면 쉬이 잠들 수가 없었다.

 

지금도 길에서 산타 복장을 한 사람들을 마주치면 거리를 두게 된다.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통신사를 바꾸라거나, ‘무한 부킹’이라 적힌 명함을 주는 탓도 있지만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 나 지금도 산타 싫어한다. 어디 가서 이런 얘기를 하면 평생 동심이라곤 가져본 적 없는 사이코패스 취급을 받는다.

 

산타 할아버지가 싫다고? 도대체 왜? 설명할수록 이상해질 것 같아 얼버무리지만 오늘은 좀 말해보련다. 나는 ‘선의의 거짓말’이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 대상이 아이일 땐 특히 그렇다. 어른들은 산타 이야기가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한 거라지만, 사실 그들의 속내는 캐럴 ‘울면 안 돼’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유아용 버전 같달까.

 

거 좀 힘들다고 우는 거 아니야. 뚝 해! 울면 선물 못 받아. 결국 ‘힘들어도 참으라’는 얘기 아닌가. 울고, 떼쓰고, 가끔 못된 짓을 하는 건 아이들의 당연한 특성인데 말이다.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게 곧 성장 과정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럼 혹시 이런 연구 결과는 들어보셨는지. “산타에 대한 부모의 거짓말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치명적이다.”

부모가 심어준 믿음을 부모가 깨버리면서, 아이들이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다는 얘기다. 그게 바로 ‘성장’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쯤에서 당신에 대한 신뢰를 버릴 수밖에. 내 부모님은 “산타는 아름다운 ‘전설’이고, 선물은 내가 주는 것”이라고 처음부터 얘기해주셨다.

 

그렇게 자랐지만 나는 동심을 잃지도, 악을 쓰는 아이가 되지도 않았다. 사랑과 정을 모르는 냉혈한으로 자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매년 세상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러 성탄 미사에 가는 걸. 쓰고 보니 왠지 고해성사를 봐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어차피 이젠 김영란법의 시대가 아닌가.

 

아무리 산타라도 공직자의 자녀에게 사적인 선물은 금물. 공직자 자녀들만 차별하거나 산타에게 과태료를 물릴 게 아니라면, 이제 그의 이야기를 거짓말이 아니라 예쁜 동화로 들려줄 때가 아닐까. “우찬아 걱정 마, 울어도 돼. 사실 산타는 없거든!” 돌아보니 이 얼마나 따뜻한 래핑이란 말이냐. PEACE!


[839호 – issue]

intern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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